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에는 바이주(白酒) 3대 명주가 있다. 바로 구이저우마오타이, 우량예 그리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수이징팡(수정방)이다.
지난 몇 년간 시진핑 정부 집권이후 반부패, 사치근절의 사정돌풍에 휘말리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수이징팡이 최근 재도약을 위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옛 형태가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던 이 주조시설은 수이징제(水井街)에 위치한 양조장(坊)이라는 의미로 '수이징팡'으로 명명됐고 취안싱은 이곳에서 발견한 바이주 효모균을 연구, 배양해 수이징팡 시리즈를 출시했다. 전통과 역사가 담긴 '명품 바이주'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수이징팡의 또 다른 경쟁력은 ‘품질’이었다. IS9001(품질경영 해외규격 인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 ISO 14001(환경경영체제 국제표준),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국제인증규격) 등 다수의 국제인증을 획득했고 품질 합격률 100%를 자랑한다. 제품 디자인에도 예술성을 가미해 수이징팡의 품격을 높였다.
하지만 바이주 업계가 당국의 강력한 사정바람에 휩쓸려 휘청거리면서 수이징팡의 실적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3년 적자규모는 4억 위안을 웃돌았고 2014년에도 1억 위안 이상의 적자를 보이며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A주는 2년 이상 적자를 기록한 기업을 ST(특별관리)종목으로 분류하고 적자가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구조조정, 경영전략 수정, 상품개발, 전자상거래 확대 등 노력 끝에 최근 수정방의 길에 다시 ‘희망의 빛’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8800만 위안의 순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 9일에는 ‘ST’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도 떼냈다.
수이징팡의 지난해 실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고가와 중간가 제품 매출이 저가제품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일부 바이주 업체가 경기 악화의 늪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영전략을 ‘저가’ 중심으로 전환해 살아남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수이징팡의 지난해 고가·중간가 제품 판매수익은 8억900만 위안(약 1458억1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25.66%가 급증했다. 총이익률도 75.21%에 육박했다. 저가제품 판매수익은 142억1800만 위안, 수익률도 절반을 밑도는 31.05%에 그쳤다. 이는 수이징팡이 기존의 ‘전통과 예술 깃든 고품질 명품주’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주목된다.
해외시장 진출의 발걸음도 재촉하고 있다. 중국 대표 명주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수이징팡의 주인은 조니 워커, 베일리스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형 주류업체 디아지오다.
디아지오는 지난 2005년 말부터 수정방 인수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2006년 수이징팡의 최대 주주이자 모회사인 취안싱그룹의 지분 43%를 매입하며 간접적으로 수이징팡의 16.87% 지분을 확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1년에는 취안싱 그룹 지분 4%를, 2013년에는 나머지 지분 47%를 모두 사들이면서 7년여 노력 끝에 수이징팡의 주인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수이징팡의 영국 진출도 성사됐다. 당시 디아지오는 영국을 ‘유럽진출 1호’로 삼아 유럽시장을 확대, 수이징팡을 ‘글로벌 명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