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일본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일본 안팎에서 헬리콥터 머니 등 극단적인 경기부양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대규모 양적완화가 실시된지 3년이 지났지만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또한 지난 1월 일본은행이 깜짝 발표한 마이너스 금리는 엔 가치를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엔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수출업체들의 순익을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각종 극단적인 처방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무차별 돈풀기를 의미하는 헬리콥터 머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은행(BOJ)이 정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BOJ가 정부로부터 제로 금리로 발행되는 ‘영구채(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를 무제한 사들이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는 BOJ에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일본처럼 저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서 먼저 거론됐던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 BOJ는 일단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최근 WSJ와의 인터뷰에서 헬리콥터 머니는 BOJ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재정 정책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무차별 돈풀기는 결국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다른 처방은 일본은행이 현행 -0.1%인 기준금리를 더 끌어내려 시중 은행들이 개인이나 기업이 예치한 금액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일반 고객에도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될 경우 고객들은 예금을 맡기면서 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예금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뽑아서 금고에 넣어두거나 소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예금으로 묶여있던 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흘러가 자산 버블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밖에도 예금이나 현금, 혹은 일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후카오 미쓰히로 전직 BOJ 관리가 제시한 방법은 정부가 만기가 정해진 카드를 발행하여 이를 현금과 교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전자머니로서 만기가 지나면 사실상 세금처럼 국고에 환수된다. 그러나 현금을 카드로 교체하는 것은 현행 금융 시스템을 급격하게 재편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따른다.
◆ 낮은 임금 인상률 해결 위한 강제 임금 인상안도
그동안 일본의 경제 둔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혀왔던 것은 바로 '임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업의 임금 인상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매년 2% 이상 임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기업들에 설명을 요구하거나 임금 인상률이 높은 기업에 세금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제적인 임금 인상은 자유시장 경제에서 정부의 개입 정도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앞서 아소 다로 재무장관도 기업의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해야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제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일본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경기부양책들의 실험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