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성공신화 쓴 식품업계 CEO

2016-05-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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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고정완 한국야쿠르트 대표이사, 박준 농심 대표이사 [사진=각사 제공]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까지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쓴 입지전적인 식음료 업계 리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재벌 2·3세가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경우는 많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을 찾아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제 막 전문경영인(CEO)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국내 경영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자신의 실력만으로 사장, 회장 자리에 오른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 회사에서 일하며 남다른 애사심과 전문성, 노련함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동후디스의 이금기 회장이다. 국내 최장수 CEO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26년간 일동제약의 전문경영인으로 역임해 왔다.

그는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제약 인생을 시작했다. 1963년 국민 영양제로 불리는 '아로나민'을 개발해 성공하며 영업부장, 영업담당 상무 등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8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후 1996년 대표이사 회장, 2010년 퇴임까지 26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친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동제약에서 근무한 시간만 50년으로, 현재는 일동제약 명예회장으로 위촉됐다.

고정완 한국야쿠르트 대표이사도 1991년 공채로 입사한 '정통 야쿠르트맨'이다. 영업과 홍보, 경영지원 등을 두루 거치며 24년 만인 2015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최근 정부가 본격적으로 당 줄이기에 나서면서 국내 식음료업계도 제품 저당화에 뒤늦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고 대표의 지시로 2014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당 줄이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저당화를 목표로 약 2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전 제품의 당 함량을 최대 50%까지 줄이고 벌꿀과 백포도농축과즙 등 천연당으로 기존 당을 대체했다.

농심의 박준 사장은 유통망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국에 온라인 판매로 접근성을 높이고, 요리대회 등 이벤트를 진행해 '신(辛) 브랜드'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1981년 농심 수출과에 과장으로 입사해 미국지사장과 국제담당 이사,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역임한 해외 사업 전문가다. 2012년 국제사업총괄 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농심을 이끌고 있지만 박준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농심의 제2 전성기'를 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승진을 거듭하며 CEO 자리에 오른 경우, 회사의 경영뿐 아니라 직원들의 애로사항, 경쟁사의 장단점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며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펼칠 수 있고, 회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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