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야자 간담회'

2016-05-0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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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온유 기자]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최근 미국 갑상선암 관련 위원회는 "일부 유두암이 다른 조직으로의 전이나 침범이 없어 명칭을 '암'에서 '종양'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부 언론은 이를 토대로 '갑성선 과잉진료'를 지적했다. 국내 의료계가 유두암 조직이 단순 종양일 수 있음에도 암 취급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말 기자는 이에 반박하는 의료계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의료계의 반박은 이러했다. 피막형 여포성 유두암의 경우 매끄러운 피막에 잘 싸여있어 육안이나 초음파로는 악성 종양인지 알기 쉽지 않은 데다, 이것이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반드시 수술로 부위를 적출해 암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계의 주장도 충분히 타당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이어질 질의응답 순서를 기다리며 발표를 경청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발표 뒤에는 '야자 타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야자 타임이란 서로 나이나 직급을 따지지 않고 말을 편하게 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다.

강남 C병원 출신 총무이사는 "이제는 밥 먹으면서 편하게 질문합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름), 질문해봐", "○기자, 질문 없어?"라며 깜짝 야자타임을 선보였다.

반말과 존대가 섞인 아슬아슬한 야자간담회가 한창 진행되던 도중 한 기자가 "야자는 하지 맙시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것은 건강한 암세포가 번식하는 속도만큼이나 빨랐다.

'기자간담회'라는 보기 좋은 수식어로 잘 포장돼있던 그날의 간담회 내부에는 폐단이 가득했다. 원래 친하다는, 편하게 하자는 '악성 핑계'가 간담회의 원칙을 병들게 했다.

'샅샅이 뒤져봐야 내부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국내 의료계의 주장을 프레젠테이션뿐 아니라 일종의 퍼포먼스로도 표현한 것이라면 대성공이었다.

일부 의료인들이 그럴싸한 의학용 단어를 나열해 꾸린 기자간담회가, 계급장과 나이를 떼고 상스러운 단어나 남발하는 자리였을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유두암 종양 속의 암을 걱정하기 전에 조직 내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폐단부터 해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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