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대형 보험회사들이 거부하고 있고, 법원에서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다.
상법 제659조 제1항에서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때에는 보험회사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살은 정신질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대법원 판례(2011. 4. 28. 선고 2009다97772)에 따르면 △자살자의 나이와 성별 △자살자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정황 △자실행위의 시기와 장소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신질환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사망보험금에 대한 보험약관에서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발생한 경우(즉 자살과 같은 경우)라도 정신질환에 의한 경우이면 면책이 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보험사고가 고의로 발생한 경우라도 보험계약체결 후 2년 뒤에 발생한 경우에도 역시 보험회사가 면책이 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한 뒤 자살이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 지급 여부가 문제가 된 것이다.
위와 같은 보험약관은 일반사망보험과 재해사망보험에 동일하게 기재돼 있다. 비록 2년이 경과한 뒤 자살이 발생한 경우 일반사망보험은 상대적으로 재해사망보험에 비해 금액이 적어 보험사들이 약관내용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재해사망보험은 보험회사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 지급을 거부하는 등 사회적인 이슈가 된 상태다.
현재 보험회사는 약관상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한 뒤의 자살에 대해 ‘보험회사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돼 있으므로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까지 지급해 왔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재해로 인한 사망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재해가 ‘우발적 외래 사고’를 말하는 만큼 자살이 ‘재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들은 약관상 ‘보험사고가 자살 등 고의로 발생한 경우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면책되지 않는다’는 규정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사망보험의 약관내용을 재해사망보험 약관에 그대로 잘못 옮겨 썼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1심에서는 보험약관의 내용이 잘못 돼 있어도 이에 대한 책임이 보험회사에게 있으므로 약관의 규정대로 보험회사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2심이 진행중인 일부 법원에서는 보험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보험약관의 규정이 무효이며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속속 내려지고 있다. 결국 최종적인 대법원의 판단이 나와야만 이와 관련된 분쟁은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