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총선 참패한 새누리당은 당 쇄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이 시급함에도 마땅한 구원투수가 없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5일 여권에 따르면, 당 안팎에서는 과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에 버금가는 ‘쇄신형 인물’ 내부등판론과 동시에 계파 갈등을 초월할 수 있는 외부인사 영입론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정병국 의원을 제외하고,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모두 원외 인물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 두 사람은 남은 지자체장 임기가 2018년으로 2년 넘게 남아있어 여의도 정치로 복귀할 리 만무하다.
물론 원내에도 강력하게 당 쇄신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전임 최고위가 전원 사퇴하면서 남겨둔 ‘원유철 비대위원장 카드’를 접게 만든 주역인 새누리혁신모임(새혁모)의 황영철·김세연·김영우 의원 등이 눈에 띈다. 다만 이들은 이번 총선으로 3선에 올랐지만, 당내 세규합에는 힘이 부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비대위원장 인물난이 더해지면서 외부 영입론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모두 달리 반대하지 않을 정도로 계파색이 옅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비박계 홍문표 의원은 최근 “외부의 훌륭한 분들이 좀 들어오셔서 우리당의 계파를 조정한다든지 없앤다든지 해야 한다”며 외부영입론을 주장하며 김 총리가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반겼다.
그는 “총리를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봐서는 괜찮다”며 “또 다른 분이라도 우리가 총력을 다해 좋은 분을 모신다면 새롭고 뭔가 혁신하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총리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MB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았지만, 2014년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친박계 후보로 나섰다. 이후에는 정치권에 나서지 않아 청렴한 이미지가 있다. 여기다 호남 출신이라 지역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 전 총리와 함께 또 다른 외부 인사로는 ‘한화갑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낸 한화갑 한반도 평화재단 총재에 최근 친박계 인사들이 여러 통로로 접촉,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갑 카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여권 인사임에도 더민주의 혼란을 수습, 총선 승리한 영향이 크다. 특히 친박계는 한 총재가 ‘김종인 대항마’가 될 것이란 기대다. 과거 2004년 한 총재가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낼 당시 비례대표였던 김 대표는 공천심사위원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권철현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 출신이라도 새누리당을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모셔와야 한다”며“(비대위원장 후보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이야기도 나오는데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원유철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25일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당 비대위원장을 차기 원내대표와 분리해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26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유의동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이나 선출방식도 워크숍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