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제 어디까지 왔나-1] 은행원 1인당 생산성, OECD 평균보다 한참 밑돌아

2016-04-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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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행원 1인당 생산성, OECD 평균보다 한참 밑돌아
(2) 도입 완료한 산은·수은… 기은은 노조 합의 과제
(3) 성과주의 확대 과제인 기보·신보 등 금융공공기관
(4) 도입 애 먹는 시중은행… 노조 합의가 관건
(5) '실적이 우선'… 전형적인 성과체계 보험·카드업계
(6)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성과제 확산될까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당국이 성과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호봉제 중심의 금융권 임금 체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 상황과 개인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는 일반 산업과 달리 금융업권에서는 대부분 매년 안정적으로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실적에 관계 없이 개인별로 연봉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직된 인사·보수 시스템이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려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뒤쳐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시간 지나면 저절로 연봉 느는 '호봉제'

2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기준 금융산업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에 달했다. 전체 산업(60.2%)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00년대 들어 금융권에 부분적으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대상은 관리자급 이상 일반 임직원에 한정되고 일반 직원들에게는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임직원들의 경우도 개인이 아닌 지점·부서 단위 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급여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다. 일반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상여금도 지점·부서 단위 실적에 따라 매겨져 무임승차하는 직원들이 존재한다.

승진에 누락돼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승진을 하지 못해도 호봉은 올라가기 때문에 급여도 함께 상승한다. 실제 한 금융 공기업의 경우 직급이 낮아도 호봉만 같으면 연봉 차이가 1000만원도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장기근속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통계청의 산업별 연령 및 근속년수 현황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의 평균 근속 년수는 10.8년이다. 전체 평균(6.0년)보다 매우 높다. 이는 저성과자가 있어도 사측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금융권 임금 대비 생산성 낮아"

이러한 불합리한 임금 및 인사 체계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 종사자들의 경우 일반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고 있지만 생산성에서는 뒤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보면 금융업의 임금 대비 생산성이 1.7로 제조업(1.6)을 앞서 있지만, 한국은 금융업(1.0)이 제조업(1.4)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민간 은행의 평균 연봉은 8800만원으로 종업원 500인 이상 일반 기업(5996만원)보다 월등하게 높다.

은행별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순이익을 전체 직원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을 살펴보면 신한은행(1억200만원)만이 유일하게 1억원을 웃돌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91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6700만원), KEB하나은행(6500만원), KB국민은행(5300만원) 등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우리나라 금융권은 임금 대비 생산성이 낮아 성과주의 확산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금융업은 제조업 대비 임금이 2.4배로 높지만 생산성은 큰 차이가 나지 않고 해외와 비교해서도 임금 대비 생산성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 '성과주의 확산' 칼 빼든 금융당국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 공기업에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나섰다.

보수체계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성과연봉 비중을 30%로 확대하고 최하위 직급(5급), 기능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 공기업의 올해 예산을 확정하면서 인건비 인상률을 1.5~2.2%로 정하고 이 가운데 1%를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로 별도 편성토록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에 따라 인건비 인상률 폭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부 충격에 대한 은행의 완충력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연봉이 은행 전체 실적에 따라 일정 부분 연동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성과평가를 할 때 장기성과 비중을 높이는 등 공정성과 수용성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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