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전 세계에서 매년 1900만명 이상이 사망해 치사율이 높은 질병 중 하나인 패혈증 악화를 억제하기 위한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이 패혈증 진행과 치료의 새로운 혈관표적 TIE2를 발견하고, 이를 활성화하면 패혈증 악화에 강력한 억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패혈증의 진행과정에서 혈관 손상과 혈액 누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혈관내피세포의 TIE2 수용체와 ANG2 단백질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규명했다.
패혈증에 걸리면 혈관내피세포의 항상성이 깨진다. 내피세포를 감싸주는 주변지지세포가 조직에서 탈락하고 내피세포표면층이 무너지면서 혈액과 염증세포 등이 혈관 밖으로 누출된다. 그 결과 주변 장기에 큰 손상이 가해지고 특히 폐와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혈관내피세포의 항상성에는 TIE2 수용체와 ANG2 단백질이 관여한다. TIE2 수용체는 미세혈관을 안정화시키고 보호한다. 반면 혈액 내 ANG2 단백질은 TIE2 수용체에 특이하게 결합해 혈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누출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혈관내피세포의 항상성을 연구한 결과 ANG2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면서 TIE2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혈관 강화 과정을 통해 혈액 누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이 개발한 신개념의 실험적인 ‘앱타(ABTAA, ANG2-Binding and TIE2-Activating Antibody)’는 이중기능을 가진 항체로 앱타는 표적 물질인 ANG2 단백질에 결합해 ANG2 단백질에 의한 혈관 손상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ANG2 단백질을 결집시켜 TIE2 수용체를 활성화 시키는 독특한 이중 기능을 지녔다. 마치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처럼 ANG2 단백질의 역기능을 순기능으로 바꾸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실험적인 항체이기 때문에 임상적용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패혈증에 걸린 실험동물에 앱타를 적용하면 폐와 신장에서 일어나는 혈액누출, 혈관손상, 염증반응, 부종 등이 감소하며 생존율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패혈증에 걸린 실험동물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80시간 내 모두 폐사했으나 앱타를 투여한 경우 30% 이상이 생존율을 보였다. 특히 앱타와 항생제와 함께 투여할 경우, 실험동물의 생존율이 약 70%까지 증가함을 확인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는 탄탄한 기초연구가 난제의 패혈증 연구와 치료방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라며 “메르스, 에볼라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과 각종 박테리아 감염 등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치료에 혈관 Tie2 활성제가 추가 선택치료 약물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새로운 개념의 기초연구가 임상적용에 가능성이 높은 연구내용을 소개하는 중개 의학 최고 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 의학지(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3시에 게재되며,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중개 의학의 표지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