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한 이후 10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이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정책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할 때는 정책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며 "불확실성이 클 때는 섣불리 통화정책을 쓰는 게 위험할 수 있다"고 매파 성향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실제 지난 2월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출 문턱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49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달 동안 4조9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8년 이후 3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한은이 쉽사리 금리 조정에 나설 수 없도록 하는 모양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2차례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를 오는 6월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정부를 중심으로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수출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내수가 더디게 회복될 경우 기준금리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1.5%인 한국의 기준금리가 주요국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이후 여당의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정부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기준금리 인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자 해도 야당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관철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금통위를 끝으로 하성근·문우식·정해방·정순원 금통위원의 임기가 종료됐다. 다음달 금통위부터는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신임 금통위원들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