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인 2000년 마지막 여소야대였던 16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 추경이 왜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 유추가 가능하다. 당시 16대 국회는 추경이 가장 적었던 시절이다. 16대 국회 4년간 매년 5조원대 규모의 추경만 집행했을 정도로 적다.
16대 국회에서 의결한 추경을 보면 2000년 2조3000억원, 2001년 5조1000억원(1차)·1조6000억원(2차), 2002년 4조1000억원(태풍 루사), 2003년 4조5000억원(1차)·3조원(2차·태풍 매미), 2004년 2조5000억원 등이다.
이 중 순수 경기대책으로 의결된 추경은 2003년 1차와 2004년뿐이다. 나머지 추경은 대부분 태풍이나 재해 지원에 상당부분 할애됐다. 소규모 추경도 여소야대 구조에서는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는 2013(17조3000억원)년과 2015년(11조3000억원) 두차례 추경을 집행했다. 모두 1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이었다. 하지만 추경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해 돌발 변수가 발생해 경제가 힘을 잃자,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는 추경 편성으로 침체된 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작년 부채는 72조 불어난 1284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여소야대의 정치구조와 부채통계 등을 볼때 올해 추경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미국 출장 중에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추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상반기 조기집행·하반기 추경 편성을 공식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 부총리가 구상한 것처럼 정치여건은 녹록치 않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회 의결이 필요한데 국회가 여야 협상을 거쳐 개원하면 올해 하반기가 넘어간다. 경기부양을 위해 편성하는 추경이 실효성을 발휘하기에는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면서 국회는 내년 말 있을 대통령 선거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특히 야당은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민심을 잡기 위해 추경 등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쓴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장 경기 군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도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가서야 추경을 쓴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정부가 추경에 의지하지 않고, 야당을 설득할 만한 정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