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중국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부동산 구입의 최대 큰손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중국 투자자들은 홍콩, 상하이 등 중국내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다면 이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예상수익률이 높은 해외 부동산을 적극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해외부동산에 투자된 차이나머니는 300억 달러(36조원)에 달해 전년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뉴욕, 런던 등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를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성 높은 도시의 건물 매입부터 개발까지 전방위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호주에도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 자금이 몰리며 차이나머니 공세가 거세다.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연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FIRB의 중국인 부동산 투자 승인 규모는 240억 호주달러(약 20조9000억원)로, 1년 전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
중국 투자세는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등 글로벌 도시에서 남다른 먹성을 자랑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뉴욕에서 전년도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57억8000만달러(6조9649억원)의 거래를 일으켰다.
이처럼 중국 자본이 글로벌 주요 도시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이유는 최근 10년새 중국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이 5배 넘게 오르면서 투자 가치가 떨어진 반면 해외 주요 도시 부동산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예상수익률을 높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부동산 정보 포털인 쥐와이왕(居外網)의 찰스 피타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해외 언론을 통해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 해외 부동산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상당하다"고 밝힌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에선 부동산 개발에서 시공까지 투자 다변화= 막대한 자금력으로 돈이 될만한 것은 다 사들이는 중국발 공세는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여전히 맹위를 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내 부동산·임대업 FDI(외국인 직접투자) 신고 금액은 1억6560만 달러(81건)에 달했다. 수도권과 제주도 등에서의 투자가 거셌던 2014년도에는 무려 8억3382만 달러(109건)를 기록했다.
실제 관광 자원이 풍부한 제주도는 이미 중국 본토 개발 자본의 전진기지가 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기업이 섬에서 추진 중인 리조트, 관광 단지 등 개발 사업장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8곳에 이른다. 전체 사업비만 11조6509억원 규모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뤼디(綠地)그룹과 롯데관광개발이 공동 시행하는 제주도 드림타워 프로젝트의 시공권을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중국건축)가 따내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내 대규모 랜드마크 건설공사를 중국 건설사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착공 후 18개월 동안 공사비를 청구하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공사비를 못 받는 경우에도 끝까지 건물을 완공하는 책임준공 확약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국내 건설업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수도권 대형 개발사업에도 중국 자본 유치 경쟁이 활발하다. 지난해 말 송산그린시티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니버설코리아(USK)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국내 투자기업인 USKPH와 중국 국영 건설회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 중국 국영 여행사인 훙퉁중국여행유한공사(CTS) 등이 참여했다.이들이 테마파크 사업 우선 협상 대상인 'USK 컨소시엄' 자본금의 24% 정도를 투자했다.
제주 드림타워 시행사인 뤼디그룹은 또한 서울 용산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한남동 외국인아파트(한남외인주택) 터 매입을 저울질 하고 있다. 뤼디그룹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용지에 관심을 보이며 2014년 12월 서울시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부동산 투자 규모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인 관광객 등 자국민이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차이나머니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