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경제가 모처럼 봄바람을 타며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상승세로 전환되며 시장 분위기는 해빙 무드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다만 지금의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불안요소가 곳곳에 존재한다. 구조개혁의 보폭을 넓혀 외풍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불안했던 내수시장 ‘기지개’…선거 국면 돌파가 관건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3월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3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액은 1년 전보다 18.9% 늘었다. 같은 달 백화점 매출액은 4.8%, 카드 국내 승인액은 13.9% 각각 증가했다.
할인점 매출액과 휘발유·경유 판매량이 1.4%, 0.7% 줄었지만 3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반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줄었고 미국 금리 인상도 다소 늦춰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대외여건도 안정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불안했던 내수가 안정화되면서 일단 위기는 넘겼다며 안도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소폭 오를 것이라는 경제기관들의 전망에도 상승무드는 반길만한 일이라는 게 정부의 반응이다.
하지만 정부가 핵심과제로 꼽은 구조개혁은 아직도 답보상태다. 노동개혁은 정부와 정치권, 정부와 노동계, 기업과 노조 갈등이 맞물리며 당분간 합의점을 찾기 힘들어졌다. 정치권 역시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당장 선거 국면에 올인하고 있다.
총선 이후에도 체질개선이 속도를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 대통령선거 모드로 돌입하는 정국에서 체질개선이 정치적 이슈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중에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 과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어야 추가경정(추경)예산이나 재정절벽 등 하반기 불어올 악재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대외외경제장관회의에서 “단기적인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최근 긍정적인 신호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체질개선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국제기구들 경제전망 하향조정…중장기 계획이 해법
정부에서 강조하는 체질개선은 불안한 한국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한 확실한 수단이다. 하지만 최근 행보나 추진 속도로 볼 때 박근혜 정부에서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체질개선을 포함한 중장기 계획이 나와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만큼 무작정 체질개선을 외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세계 투자은행들의 잇따른 세계경제 성장률 하향전망이 나오며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경제 역시 저성장 위주의 세계경제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국제기구의 세계경제 하향조정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회복이 쉽지 않다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며 한국경제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성장 조절로 인한 4% 내외의 신흥국 성장, 2%대 선진국 성장이 상당기간 지속 등 세계경제의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돌발악재 발생에 유의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