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같은 선진시장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도 예외가 아니다.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막강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해외 자본시장 진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11일 중국 외환관리국 자료를 보면 중국 금융기관은 2015년 말 현재 대외직접투자 누적액이 1조1116억 위안(약 197조원)으로, 2012년 말 5030억 위안에 비해 3년 만에 120.99%(6086억 위안) 증가했다.
중국 금융기관에서 2015년 4분기 대외직접투자로 빠져나간 돈만 527억 위안에 맞먹었다. 이뿐 아니라 중국 상무부가 집계한 비금융 부문 해외직접투자도 2015년 1~10월 약 616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넘게 늘었다.
미국 회계·컨설팅업체 KPMG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투자자는 해외 제조업뿐 아니라 농업, 음식료, 부동산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 운송도 차이나머니가 주시하는 섹터"라고 전했다.
실제 최근 중국기업은 해외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을 에너지와 원자재 분야에서 정보기술(IT), 제조업, 기술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계 자금이 해외시장을 쫓는 것은 위안화 절하 영향도 크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해외자산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투자 장려에 앞장선 점도 이런 흐름을 자극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안화가 대거 유입되는 게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2015년 본격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렸고, 이는 위안화 절하에 따라 비위안화 자산을 가지는게 수익률 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본시장에도 차이나머니가 봇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총액은 3월 말 기준 8조3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넘게 증가했다. 홍콩계 자금이 사들인 주식도 5조8500억원어치로, 1년 만에 66% 가까이 늘었다. 중국 자본은 우리 증시에서 투자 규모를 2012~2014년 연 평균 약 34%씩 확대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상장채권 총액은 3월 말 기준 17조 8760억원에 이르고, 1년 사이 3% 가까이 불어났다. 전체 비중에서도 18.4%를 차지한다. 중국은 올해 1월 미국을 제치고 외국인 채권보유국 1위에 올랐다.
중국 자본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한국 상장기업 수도 3월 말 현재 50개로,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이런 회사 가운데 20곳은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