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경기 부천) 석유선 기자 = 부천 소사에서 또 한번 리턴 매치가 펼쳐진다. 두 사람은 4년 전 불과 6994표(7%포인트) 격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19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차명진 새누리당 후보와 현역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야기다. 이번에도 쉽사리 승패를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둘 중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3선(選)의 금뱃지를 달게 된다.
차-김 2파전 구도가 뚜렷하지만 더민주 출신의 부천시의원을 역임한 김정기 후보가 국민의당으로 나서면서 제법 표심을 얻고 있다. 여기다 부천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지낸 신현자 후보도 정의당 4번을 달고 나서 ‘일여다야(一與多野)’가 구도가 형성된 점이 변수다.
그런데 지역적 연고도 없던 비례대표 출신 김상희 후보가 19대에 나섰을 때 ‘대이변’이 연출됐다. 부천 소사에서 첫 야당 의원이 탄생한 것이지만 이번에도 김 후보가 이길지 ‘진짜 민심’은 알 길이 없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도 ‘백중세’다. 30년째 부천 소사에 살고 있다는 윤모(72·남)씨는 지난 9일 기자에게 “야당이 지난 4년간 한 게 없다”면서 “과거 김문수 도지사부터 해서 여당이 집권해서 그나마 이정도 발전한 것”이라고 차 후보 지지의사를 드러냈다.
이날은 때 마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경기지역 유세 도중 부천 소사를 들린 때였다. 김 대표의 차명진 후보 지원 유세를 지켜보며 환호하는 이들은 대부분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다수였다. 그 사이를 무심하게 지나가는 한 40대 직장인 김모(43·여)씨는 “차 후보는 완전히 보수 아니냐, 김문수 도지사 후광에 덕 본 인물”이라면서 “2번 의원할 동안 오죽 못했으면 지난 총선에서 떨어졌겠느냐”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번 고배를 마신 탓인지, 차 후보는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소사 머슴’을 자임하고 있다. 차 후보는 이날도 유세에서 “10년 된 프라이드를 타고 다니겠다. 지하철을 타고 국회로 출퇴근하겠다”며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4년간 주민만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고 민심이 김상희 후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지도 않다. 역곡3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만난 최모(52·주부)씨는 “기본적으로 (부천에선)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면서 “여당이 일자리 약속하는데 그걸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약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며 집권여당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일부 학부모들은 김 후보가 지난 4년간 학교 관련 공약을 잘 실천한 것에 호의적이었다. 소사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주민 박모(48·여)씨는 “김상희 후보가 학교사업에 애를 많이 썼다”면서 “소사고에 체육관도 신축됐고, 부모 입장에서 교육공약을 눈여겨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저녁 부천역 앞 유세에서 “지난 4년 전 16년 만에 야당 후보인 소사댁 김상희를 선택해주셨다”면서 “투표에 꼭 참여해서 부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역곡 남부시장의 한 상인은 아예 “1번, 2번 둘 다 싫다”고 손새를 칠 정도로 두 후보의 ‘리턴 매치’에 큰 감흥이 없다는 점도 변수다. 부천역 앞에서 만난 대학생 황모(23·여)씨는 “누가 되든 자기들 잇속 챙기는 사람들이 정치인 아니냐”면서 “아직 누굴 찍어야 할지, 아예 투표를 안할지도 모르겠다”고 냉담한 반응이었다.
이같은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감을 ‘기회’로 삼고 나선 김정기 국민의당 후보가 차-김 후보에겐 복병이다. 김 후보는 박빙 구도인 두 후보에게 단지 ‘캐스팅보트’ 역할이 아닌 두 사람의 승패를 위협할 정도로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와 만나 “(거대양당의) 싸움의 정치, 계파정치 등에 환멸을 느끼는 주민들이 이제는 3번에 기회를 주겠다고 하신다”면서 “그 분노가 3번의 바람을 만들었고, 그 바람을 타고 승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신현자 정의당 후보도 총선 레이스 완주를 공언한 터라, 일여다야 구도가 막판까지 부천 소사 지역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