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액이 5조 원에 달하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은 물론 인사·경영 등 회사의 고유 권한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올해에도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기본급 6.3% 인상 △성과급 250% 고정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실시 △유급휴일 토요일 중복 시 다음 근무일 휴일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제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사측에 기본급 9만6712원을 올려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호봉 승급분을 포함한 인상 요구액은 11만9712원이다. 노조는 또 직무환경수당을 올리고, 기본급의 2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연차별 임금격차 확대, 임금 인상 시기 및 호봉 승급분 적용 시기 변경 등 사실상 임금 인상에 해당하는 안건도 노조 요구안에 포함됐다.
매년 100명 이상의 조합원에게 해외연수를 보장하라는 요구도 담겨 있다. 노조원 해외연수는 1주일 동안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현지문화 탐방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병 휴직, 일신상 휴직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6개월 연장하고, 하계휴가 기간을 2일 추가해 11일로 조정하며, 개인노후연금으로 기본급 3%를 퇴직 시까지 회사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약 300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심각한 경영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노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서 “회사의 고유권한인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금속노조 최대 조직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23년 만에 연대 투쟁에도 나설 계획이다. 양사 노조는 지난 1일 상무집행위원 간 모임을 갖고 올해 사업계획을 공유하며 노동법 개정 저지, 고용안정 투쟁을 함께 하기로 결의했다.
양 노조는 다음달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월 한 달간 각종 노동절 행사를 공동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노조원은 4만3000여명, 현대중공업 노조원은 1만700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