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 '역사가 오래된 대학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생대학이 어떻게 약점을 극복해나갈 것인가.'
오연천 울산대 총장이 영국의 고등교육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지난 6일 정오(현지시각)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학교(Universitat Pompeu Fabra)에서 개최한 '설립 50년 미만 세계대학 총장회의'에서 개막 기조연설 연사로 초청받아 "울산대는 1970년 개교 초기부터 산업도시에 소재한 점을 십분 활용, 지역 산업체와의 긴밀한 산학협력교육으로 대학의 역량을 높여왔다"고 소개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오 총장은 '산학협력을 통한 대학 가치의 증진'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울산대는 한국경제 중흥의 초석을 다진 정주영 현대 창업자가 설립한 대학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설립자의 창조적 도전정신과 국가공동체에 대한 무한책임을 배우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울산대의 산학협력 성공에 대해 "울산대는 한국 산업화에 필요한 고급기술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개교 초기에 산업현장에서의 실습을 병행하는 영국의 산학협동교육제도인 '샌드위치 시스템(Sandwich System)'을 도입해 현재 세계적인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SK에너지, S-오일 등 200여 개 기업과 교육 및 연구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있으며, 한국 산업화에 기여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단기로 이뤄지는 인턴교육과 산업현장 경험이 풍부한 퇴직자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하는 산학협력교수 제도가 학생들의 취업 연계에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총장은 "신생대학이 전통 있는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산학협력은 신생대학의 존재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대학 발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최고 대학인 서울대 총장일 때는 기업체와 연구소 등에서 산학협력을 제의해 편안했지만, 신생대학 총장인 지금은 반대로 그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총장을 비롯한 대학 지도부가 교수들로 하여금 산학협력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교수들의 혁신적 연구, 학생 취업기회 확대, 대학재정 확보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수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 수요와 첨단미래 연구과제를 파악해 기업이 대학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해야 하며, 기업도 미래 과제와 미래 인재의 유형을 대학에 적극 요구하는 대학-기업 간 쌍방통행이 산학협력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오 총장은 "산학협력은 말과 주장에 그쳐서는 안 되고 산학협력을 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체계적인 노력과 실천이 따를 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신생대학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사회의 가치 창출에 더욱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 후 질의답변에서 이스라엘의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Ben-Gurion University of the Negev) 하코헨(HaCohen) 총장이 산학협력이 부진한 이스라엘과는 달리, 한국에서 산학협력이 활발한 비결을 묻자 "대학의 기초적 역량을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한국기업의 고유한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울산대는 THE가 시행한 2015-2016년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공동 9위·세계 401~500위권, 2015년 설립 50년 미만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3위·세계 90위에 오른 신흥 명문으로 조명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