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이란 겉으로 드러난 권리관계가 실제 권리관계와 다르더라도, 드러난 사실을 믿고 거래한 사람에게 거래의 법률효과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민법상 원리다.
우리 법은 동산 거래에서만 공신력을 인정하고, 부동산 거래에서는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동산 등기만 믿고 거래를 했다가는 실제 권리자가 나타날 경우 거래 자체가 무효가 되는 낭패를 보기 쉬웠다.
하지만 부동산 등기에 공신력이 인정되면 상황은 완전히 바뀐다. 부동산 등기부 내용을 믿고 거래한 사람은 기재 내용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보호를 받는다.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누군지는 상관없이 등기부에 적힌 소유자와 부동산을 거래하면 된다는 의미다.
현행 부동산 등기제도의 실상을 파악해 공신력을 부여하는데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연구다. 연말께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법원이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부동산 등기제도가 도입된 후 56년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부동산 및 선박 등기 건수는 해마다 1000만 건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경우 2012년 1055만5130건, 2013년 1070만4278건, 2014년 1127만6386건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는 1997년 735만2569건에 비해 300만여건 이상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 등기의 공신력 부여는 법원과 국토교통부가 함께 도입을 추진중인 '부동산거래 통합지원시스템'과 함께 부동산 거래 안전 확보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법원은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기 위해 다각적인 법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잘못된 내용이 등기부에 오르지 않도록 등기관의 기입 오류를 방지할 방안을 연구한다. 사건이 복잡한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지능형 업무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복잡한 사건은 등기관이 충분히 심사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등기 실무를 담당하는 법무사 등 일정 자격을 갖춘 대리인의 업무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혹시라도 존재할 수 있는 부실등기로 인해 실제 권리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보상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 등기제도의 획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방안"이라며 "철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