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데 의의를 둔 버전 1.0의 식목일에서 국민이 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방향으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마운틴 아웃도어 내비게이션 △한국판 트랜스알프스 △임도 레포츠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세계식량기구(FAO)로부터 세계 4대 조림 성공국에 선정됐으며, 산림녹화 정책으로 임목축적은 1950년대에 비해 2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산림면적은 산악관광 선진국인 스위스의 5배에 달한다. 하지만 산림자원 활용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산지의 77%가 보전산지로 지정돼 개발 및 이용이 엄격히 제한돼 있으며, 보호위주의 포지티브 규제가 도보 등산 외의 산악 승마, 자전거 트레킹 등의 체험형 관광 활성화를 막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77%에 달하는 약 3200만 명이 연 1회 이상 산에 오른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취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인이 좋아하는 취미 1위가 등산일 만큼 등산은 명실상부한 국민 레포츠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등산로에 대한 안내 부족으로 갈림길에서 길을 잃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산은 건물이나 도로와 달리 이렇다 할 랜드마크가 없어 단순히 지도만 봐서는 갈림길에서 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등산객들은 많이 알려진 일부 등산로만 이용하게 되고 이는 결국 환경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경련은 정부 차원에서 보다 상세한 산길 정보DB와 전자지도를 제작해 민간에 개방한다면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처럼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정부차원의 GIS(공간정보) 기반 구축 사업의 결과 현재 약 1300만 명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다. 정부는 민간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의 기업들은 먹거리, 볼거리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융·복합의 새로운 사업 창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범 한국산악회 회장은 “20년 이상 산을 탄 전문가들도 산행 중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마운틴 아웃도어 내비게이션이 보급된다면 우리 같은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 등산객들에게도 큰 도움이 돼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아름다운 산맥 역시 스포츠관광에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산림자원이다. 해외 대표적 산악자전거 대회인 ‘트랜스 알프스’(Trans Alps)는 600여 km 알프스 산맥을 8일 간 주파하는 최고 난이도의 대회로서 매년 40개국에서 1만2000명이 참가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설악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699km의 백두대간 종주길, 1855km의 국립공원 탐방로 등과 같은 풍부한 산악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전거 출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이와 같은 대회가 개최되기 어렵다.
전경련은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자전거 등의 다양한 수단으로 산을 즐길 수 있도록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트랜스 백두대간’ 과 같은 세계적 산악스포츠 대회가 개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페달족의 천국으로 불리는 뉴질랜드는 초급자부터 고급자까지 난이도별, 1시간에서 2일 이상 소요되는 장·단거리 코스를 갖춘 산악자전거 공원(bike park)을 조성해 산림자원으로서 숲길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구의 반 바퀴에 달하는 1만8385km의 임도가 있으나 대부분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다. 이 중 약 1%(219km)에 해당하는 임도를 테마임도로 지정해 산악승마, 산악자전거 등의 활동을 허용하고 있지만 최근 체험형 관광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개방의 수준을 대폭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따라서 전경련은 장기적으로 테마임도 지정을 확대해가고, 단기적으로 식목일이 포함된 주를 나무주간으로 지정해 이때 임도를 전면 개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임도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국민적 노력의 결과 산림녹화 사업은 성과를 달성했다”라며, “이제 식목일 2.0으로 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해 바라만 보던 산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며 즐기는 산으로 변화를 추구해야할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