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세기의 대결, 구글만 웃었다

2016-04-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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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화부 정등용 기자]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지난 3월은 철그른 바둑 열풍이 거세게 분 달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바둑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시기였다. 인간 대표 이세돌 프로기사 9단과 인공 지능 로봇 알파고는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하며 연일 화제를 모았다.

이 9단은 5판3선승제의 대국에서 제1국부터 연달아 세 판을 지며 체면을 구겼지만, 제4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아쉬움을 달랬다. 알파고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묘수’를 선보이며 전세계를 놀랬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끝난 현장에서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최종 승자는 알파고가 아닌 구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왔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맞대결이란 콘셉트로 회사에 대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8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형)의 시가총액은 4832억달러(약 574조9000억원)였다. 그런데 다섯 판의 대국이 끝난 후인 15일에는 시가총액이 5076억7000만달러(약 604조원)로 늘어났다. 일주일 사이에 244억달러(약 29조원) 증가한 것이다.

그 반면, 이 9단이 손에 쥔 돈은 1억8700만원에 불과하다. 한 판에 3만달러씩, 5차전까지 대국료 15만달러(약 1억6500만원)를 받고 승리수당 2만달러(약 2200만원)를 받은 것이 다다. 구글이 벌어들인 돈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액수다.

구글은 이번 대국을 통해 제대로 남는 장사를 했다. 우승 상금을 포함해 구글이 대국에 들인 금액은 20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알파고가 4대1로 승리를 거두며 100만달러를 회수했다.

표면적인 수익과 별개로 구글은 인공지능에 대한 자사의 기술을 전세계에 생중계로 홍보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실제로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매체를 통해 쏟아진 기사만 수 만 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기의 대결’로 그동안 소외됐던 바둑이 부흥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갈 지 미지수다. 현재까지는 구글만 웃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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