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해 저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이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주거비보다 적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날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치솟는 전·월셋값 탓에 저소득층이 느끼는 주거비 부담이 커져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사교육비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거비가 교육비 지출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2003년 실제 주거비와 교육비는 각각 3만4899원, 4만1236원으로 조사됐고 2006년에는 교육비가 실제 주거비의 1.7배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격차가 점점 줄어들더니 2014년에는 교육비가 실제 주거비보다 1.1배 많은 수준으로 좁혀졌고 결국 지난해 역전됐다.
교육비 지출은 2013년 전년보다 0.7% '찔끔'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감소 폭이 32.0%로 확대됐다.
특히 교육비 지출 중에서도 사교육에 해당하는 '학원 및 보습교육' 분야 지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정규교육 지출은 1만4132원으로 전년대비 3.2% 증가했지만 학원 및 보습교육에 쓰는 돈은 매달 8061원으로 전년 대비 58.3%나 감소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저소득층의 실제 소득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지출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저소득층이 느끼는 주거비 부담은 상당하다는 것이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월평균 실제 주거비는 2003년 3만4899원이었으나 지난해는 오히려 이 보다 소폭 감소한 3만271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 정도는 이와 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전국의 성인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월세 시장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3.2%가 전·월세 혹은 주택구입에 따른 원리금 상환으로 생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거비 부담으로 실제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도 43.6%에 달했으며, 특히 전세(59.1%), 월세(64.2%) 등 저소득 가구의 소비위축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업 자녀가 있는 가구의 소비지출 구조와 교육비 부담' 보고서를 보면 학생 자녀를 둔 가구 중 소득이 낮은 1·2분위 가구는 이미 2010년부터 교육비 비중이 주거비 비중보다 작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느라 저소득층 가구에서 교육비 지출 비중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치솟는 전월셋 값에도 월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의 주거비 지출이 변화가 없다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기 때문"이라며 "소득 2분위~3분위 소득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소득층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기 때문에 교육비를 줄이고 있지만 이는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길을 막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