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국회를 책임질 금배지 숫자는 이미 확정됐다. 지역구 253명·비례대표 47명. 19대와 숫자는 동일하나 국회의원 명부(名簿)는 예측불허다. 당초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유력했으나 현역 탈락이 속출하면서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재편된 것이 최대 변수다. 이번 총선이 ‘다당제(多黨制)’ 정계 개편의 분기점이 될 것인가. 오롯이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4·13 총선 성패를 좌우할 주요 키워드를 골랐다. 국민의 선택에 일조했으면 한다.<편집자 주>
‘잠시 당을 떠나려 한다’
20대 총선이 ‘무소속’ 복병을 만났다. 선거 초반 압승을 예고했던 여당의 당혹감이 더 크다. 이른바 ‘피의 화요일’로 불리며 비박(비박근혜)계가 대거 탈락한 15일 이후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행렬이 끊어질 줄 모른다. 전략 공천의 다른 이름인 ‘단수 공천’의 후폭풍으로 서울에서 20년만의 무소속 의원 탄생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5선의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 중이고, 마포터줏대감 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은 이미 탈당했다.
영남지역은 탈당 후 무소속 후보들로 인해 초유의 ‘여-여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새누리당 공천 후보와 컷오프 된 무소속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결국 사실상 ‘여당’이다. 현재까지 여당 공천에서 탈락 현역 1호인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이 무소속 출마했고, 친유승민계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도 뒤를 이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친유승민계 김희국(대구 중·남)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도 23일까지 지켜본뒤 무소속 출마를 고려 중이다. 울산에선 3선 강길부(울산 울주), 박대동(울산 북구) 의원도 ‘무소속 울산연대’를 고민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김종인표 공천’에 항거한 탈당 행렬이 셀 수 없을 정도다. 탈당 의원들 대부분은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한 반면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6선의 이해찬(세종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 김종인 대표에 정면 항거했다. 전병헌(서울 동작갑) 의원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고, 같은 당 강동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 무소속 출마자들이 결국 당선 후 ‘복당’ 코스를 밟을 공산이 크다 점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공천을 못받은 이들이 당선되면 결국 당에서 (복당) 러브콜을 하거나 스스로 복당할 것”이라며 “야당이야 선택지가 여러 개지만, 여당은 결국 새누리당 하나인데 무소속으로 20대에서 무슨 힘을 쓰겠냐”고 전했다.
실제 18대 총선에서 친이계에 의해 대거 공천 탈락한 이들이 꾸린 ‘친박 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는 각각 13석(지역구 5석, 비례대표 8석)을, 지역구 12명을 배출한 뒤 합·복당 수순을 밟았다. 김무성 대표조차 친박 무소속 연대로 복당한 당사자다. 이해찬 의원 또한 무소속 출마와 동시에 당선 후 복당할 뜻을 밝힌 상태다. 다만 무소속 후보자들의 복당의 전제 조건은 결국 ‘당선’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