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1990년대말 중국의 '철혈재상'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막대한 부채와 공급과잉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3000만명이 직장을 잃었으며, 국유기업 수백개가 민영화되고 다른 수천개는 문을 닫았다.
이같은 현상이 현재 중국에 다시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은 철강과 석탄 분야에서 생산량 감축을 단행할 것임을 공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국유기업이다.
정부는 앞으로 2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한 노동자들을 재배치하기 위해 1000억 위안(약 18조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노후한 생산 라인을 폐쇄하는 국유기업들에는 보조금이 지급되며, 해고자들을 흡수할 신산업을 육성하는 지방정부에게도 보조금이 투입된다. 이로 인해 각 지방정부들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안을 만들고 있다.
이달 초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실업자가 180만명 수준을 훨씬 넘어 최대 6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았다. 로이터 역시 중국이 2∼3년간 국유기업 노동자 500만∼600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구조조정 비용으로 약 1500억위안을 쓸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성장률 둔화로 인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으며, 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대규모 부양책을 사용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때문에 대량의 실업자들을 흡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해고 문제가 1990년대말처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사회는 서비스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유기업의 해고를 흡수할 능력이 강화됐다는 게 그 근거다.
한편 중국 당국은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과 함께 실업대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이달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할 때 실업에 대해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