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부동산 시장 전반에 뚜렷한 회복조짐이 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에 따른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콩 봉황 위성TV(鳳凰衛視)는 9일 해통증권 거시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중국 1선도시 부동산 가격이 말도 안되는 속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4대 1선도시 토지(건축부지) 매입 비용을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면 미국 절반을 살 수 있을 정도"라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난 1년 간 광저우를 제외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부동산 가격은 각각 8.3%, 14.8%, 45%씩 폭등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위기 발생 전 1년간 뉴욕 부동산 가격이 전년 대비 15.4% 급등했고 1990년대 도쿄 거품 붕괴 전 1년여 간 부동산 가격이 전년 대비 86% 폭등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우려된다. 상하이 부동산 가격 상승폭은 뉴욕에 육박했고 선전시는 도쿄시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통증권은 지난해 6월 고공행진하던 중국 증시가 폭락하며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이 중국 1선도시 부동산 시장 과열의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증시에서 발을 뺀 자금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비슷한 관점을 내놓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 증시 투기를 조장하며 폭등 후 폭락을 유발했던 장외시장 대출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금리의 '빚'이 부동산 시장 투자 자금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출 제공업체도 부동산 중개업체와 개발업체, 소액대출업체, P2P금융 플랫폼 등으로 확대돼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이미 유입된 장외 대출자금이 1조 위안(약 186조5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허쉰망(和訊網)도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최근 중국 부동산 구매자의 30%가 부동산 투자중개업체를 통한 장외대출로 고(高)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다"고 8일 전했다. 또, "부동산은 일단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어 가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가격이 폭락할 경우 투자자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