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과 신호 '야금야금 위반' 교통사고…무죄→유죄

아주경제 이동재 기자 = 택시 운전자가 정지선과 신호를 조금씩 위반하다 음주운전·과속을 하던 오토바이와 충돌한 뒤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는 유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 기사 박모(64)씨의 항소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박씨는 2014년 10월 새벽 3시50분께 서울 관악구의 한 교차로에서 빨간 신호등을 보고 차를 멈췄다. 그러나 10초 후에 택시를 앞으로 0.9ｍ 주행한 뒤 잠시 멈췄다가 약 15초 후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때문에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바뀐 시점에 택시는 이미 횡단보도의 중간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때 박씨의 달려오던 오토바이와 택시의 왼쪽 뒷바퀴 부분이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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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넘어진 오토바이 운전자(당시 26세)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다발성 장기손상 등으로 숨졌다.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평결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알코올 농도 0.102％로 음주 상태에서 시속 약 70㎞로 과속했다는 점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1심은 "피고인의 정지선 위반 행위는 자연적 의미에서 이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정지선 위반 과실과 이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박씨의 신호위반 행위가 운전자 주의 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로 인정된다고 보았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시뮬레이선을 통해 분석 결과 박씨가 신호를 지켰을 경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사고 당시 정지선과 신호를 지킨 다른 차량들은 사고를 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행위를 저지른 만큼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회피할 수도 있었다"며 유죄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