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은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산 위는 물론이고 산 아래에서도 정상을 보기가 무척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항상 구름에 휩싸여 있기에 정상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구름에 둘러싸인 설산 아래 남쪽이 운남인가? 설산에서 생긴 구름이 남하해 난창강(베트남의 메콩강)과 만나 비를 뿌려 사라지는 곳까지가 진정한 운남일 수도 있겠다.
운남성은 차(茶) 애호가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며 보이차의 고향인 서쌍판납을 비롯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차마고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계 각지에서 차마고도를 따라 곳곳에 형성된 교류와 공존의 현장을 찾고 있다. 그곳에는 원색 그대로의 자연이 있고, 다양한 민족·종교·사상·전통이 오롯이 남아 있다. 운남을 찾아 차를 마시며 음악과 춤 그리고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이라면 지친 현대인들을 충분히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도 소설 속에서 인류의 이상향으로 불리는 샹그릴라가 있고, 최초의 민국(民國)이었던 남조대리국의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가 녹아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만났던 적이 있다. 소수민족들이 만들어 놓은 고성엔 중국 한족이 만든 똑같은 모양의 집과 상품이 있어 "여길 왜 왔을까?"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에 여념이 없는 여행객들도 있었다.
운남성의 소수민족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소품은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기도 하다. 샹그릴라의 야크뿔 공예품(빗, 팔찌), 여강 나시족 동파문 목각공예, 장신구공예, 대리의 대리석공예, 검천의 목각공예, 등충의 옥공예, 바이족 홀치기쪽염색공예, 외산 동련화 회족의 염색공예, 이족의 전통자수공예, 포이족의 납염염색공예, 묘족의 자수공예, 서쌍판납 다이족의 죽근공예와 보이차공예, 건수지역의 주석공예, 기타 신발과 장신구 등이 그것이다.
현지에서 이런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는 없다. 다 찾아 보려고 해도 상업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한족 문화만 눈에 띄어 시골 마을의 가내 수공업 장소 등 특별한 곳을 가야 했다. 운남성을 찾은 여행객 대부분은 그렇지 않고 시간에 쫓겨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운남 소수민족의 생활소품을 통해 운남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이번 주부터 창덕궁 앞 서울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주최측인 한국차문화협동조합은 지난 2004년부터 운남과 차문화 교류를 해온 지유명차와 함께 오는 3월 5일부터 19일까지 '운남 소수민족 생활소품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운남과 그곳의 소수민족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짧은 전시기간이라 아쉽지만, 어쨌든 얼른 가봐야겠다.
칼럼니스트(문학박사) dogyeom.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