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10월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제안하면서 구체화 됐다.
유라시아 역내국가 간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만들고 북한의 개방을 점진 유도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 주요 선진국들의 유라시아 진출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구체화를 실현하는데 명분과 지리적 한계가 있었다.
이같은 문제점이 지난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출범하면서 마지막 퍼즐이 갖춰졌다. 최근 북한과 관계가 미묘해지며 유라시아 프로젝트의 궁극적 취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지만 AIIB는 이런 우려를 상쇄할 유일한 대안으로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올해 100억원 예산 AIIB 신탁기금으로 사용
정부는 AIIB 사업 준비단계(사업발굴 및 타당성조사)에 사용할 신탁기금을 설치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올해 예산 100억원을 신탁기금으로 쓰겠다는 계획도 잡았다.
신탁기금은 단기적 성격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신탁기금을 확대해 AIIB 회원국과 지식교류, 정책연구, 장학기금 등을 지원하는 ‘코리아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 정책은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1999년 미주개발은행(IDB)와 공동으로 ‘제팬 프로그램’을 설립해 자국과 관련된 IDB 사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AIIB 수혜국 관심분야 위주로 공동사업 발굴에도 나선다. 우리나라 EDCF는 지난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기준 352개 사업 5조8000억원이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 지원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음달에는 AIIB와 협의사항을 구체화해 올해 공적개발원조(ODA) 시행계획 마련시 EDCF 관련 내용 반영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요원해진 대북 정책…AIIB로 만회할 수 있을까
정부가 구상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AIIB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부분은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다만 최근 북한과 관계가 냉랭한 시점에서 유라시아 프로젝트를 완성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AIIB를 얼마나 활용해 우리 기업들이 대륙 진출시 수혜을 입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을 통과하는 대륙철도나 나진-핫산 자유무역항 등은 예정보다 늦어질 공산이 커졌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한과 러시아 등 3국 협력으로 추진된 나진-핫산 프로젝트는 북한 도발로 무기한 보류까지 고려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미 정부는 잠정 중단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발 변수가 존재하지만 유라시아 대륙 진출 등으로 해외건설 분야는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반도 불안감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AIIB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AIIB가 새로운 기회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AIIB 출범으로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인프라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새로운 무역 및 투자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수출 및 해외수주 등 대외경제 성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