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늘을 우러러 민족대표 4인을 한(恨)하다.

2016-02-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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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경기북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대한민국헌법」서문에 명시되어 있듯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국가로서, 3·1운동을 국가정신의 원류로 하고 있다. 비록 일단의 논란은 있지만 남강(南岡)·만해(萬海)·의암(義菴) 선생으로 대표되는 민족대표 33인은 3·1운동의 구상을 주도했고 3·1운동 전반을 관통한 근본 정신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3·1운동 민족대표는 독립유공자이자 대한민국의 국부로서 널리 추앙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독립유공자에 의해 탄생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렇듯 영예로운 이름으로 기억되지 못하는 네 분이 있어, 3·1운동으로부터 97년이 지난 오늘 이 분들에 대한 한(恨)스러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1962년 4월 「국가유공자 등 특별원호법」 제정에 따라 독립유공자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 대표적 독립유공자에 대한 건국훈장이 수여될 때 3·1운동 민족대표 25분은 대한민국장 혹은 대통령장의 훈격으로 수훈되었다.

당시 수훈되지 못한 4분 또한 2009년 길선주 선생을 끝으로 모두 건국훈장을 받았다. 일제에 맞서 세계에 유례없는 조직적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민족대표 분들에게 이러한 영예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고, 독립유공에 따라 누려야 할 최소한의 예우이자 보상이었다.

이렇듯 독립운동사상 민족대표로서 3·1운동을 주도한 공은 대한민국에 대한 가장 굵직한 훈적 중 하나라 할 수 있음에도 3·1운동 민족대표 4인이 보훈 대상에서 누락된 것은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기미독립선언서와 독립통고서에 올라간 이름 중 건국훈장이 제외된 4분은 김창준·박희도·정춘수·최린이다. 이분들은 3·1운동 당시 분명 큰 공을 세웠지만 그 이후의 행적에 명백한 흠결이 있었기에 독립유공자로서의 예우에서 불가피하게 배제되었다.

우선 김창준의 경우 기독교계 민족대표이자 최연소 민족대표로서 3·1운동에 헌신했지만 광복 이후 찬탁운동에 가담하고 최고인민회의(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주권기관으로 북한의 제헌국회로 볼 수 있음) 부의장을 역임했다.

한편 6·25전쟁 중 월북해 UN군을 비판하는 등 북한 정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대표적 사회주의 인사로 변모했다. 즉 김창준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역행함으로써 국가유공자의 권리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한편 박희도·정춘수·최린은 기미독립선언서에 밝힌 결연한 의지를 스스로 꺽음으로써 역사의 엄정한 포폄을 받게 되었다.

박희도는 동양지광社, 협동예술좌 등을 통해 친일 학술활동을 벌였고 강제징병에 협조했다. 정춘수는 흥업구락부 사건을 계기로 친일을 시작해 다양한 친일 기독교 활동을 벌였고 전쟁 말기에는 조선임전보국단 등에 참가했다. 한편 최린은 내선일체를 주창해 황국신민화 정책에 동조하고,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등으로써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에 적극 앞장섰다.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의해 반민법정에 선 최린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에 왜 협력했느냐는 서순영 재판관의 질문에 “3·1운동 이후 줄곧 주목과 위협, 유혹을 받아 왔다.

이를 물리지치 못한 것이 죄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라며 뒤늦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이 눈물이 재판부의 동정을 얻기 위한 것이었는지, 인지상정에 따른 회한의 표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기미독립선언서에 적힌 민족대표 최린의 고명(高名)과 일제의 황국신민화에 적극 동참한 가야마 린(佳山 麟)의 오명(汚名)은 극명히 대비되며, 3·1운동 민족대표 최린에는 항상 가야마 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친일 혹은 친북을 행한 나머지 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3·1운동 민족대표로써 이들이 남긴 훈적이 적지 않기에 훗날 민족의 독립 혹은 국가의 수호에 이들이 끼친 누와 이로써 민족대표의 고명(高名)을 스스로 더럽힌 것이 필자에게는 못내 한(恨)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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