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티브 잡스 전공은 철학이었다

2016-02-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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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정부가 올해 사회수요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이라는 새로운 재정 대학 지원 사업을 실시해 약 3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촉각은 온통 일자리와 산업연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업무계획에서 강조된 부분도 산업연계를 통해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문과계열은 줄이는 것으로 돼 있다.

이같은 방침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과도 맞물려 있다.

정원감축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쳐도 과연 이공계 졸업자가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정원을 늘리고 인문 분야는 축소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는지 의문이다.

노동부의 고용전망 통계를 근거로 이를 추산한다고는 하지만 당장 우리나라 산업이 수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 장담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국내 제조업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잘나가던 조선업 등이 무너지고 있고 수위를 다투던 휴대폰 점유율도 중국 내에서부터 5위 밖으로 밀려났다.

지금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

맞는지도 알 수 없는 고용전망을 놓고 미래를 예단하면서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고 하는 것이 옳은지, 근시안적인 정책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융합인재 육성과도 사회수요맞춤형 인재양성 정책이 들어맞는지 의문이다.

지금의 스마트폰 생태계를 창출한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어릴 적에는 차고에서 전자부품 등을 만지며 놀았다는 얘기가 유명하지만 대학 전공은 철학이었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청강을 하면서 관심 있는 강의를 들으며 인문적인 소양을 길렀다.

당시의 히피 문화나 인도 철학 등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관심 등이 바탕이 돼서 이후에 애플에서 쫓겨난 뒤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픽사를 성공시키는 등 콘텐츠와 IT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을 했다.

인문분야가 위축되면 뜨고 있는 한류 콘텐츠는 누가 만드는가, 누가 K팝을 하고 영화를 만들며 한식 요리 세계화에 나설 것인가.

세계적인 문학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단순 전망 통계를 바탕으로 한 학과구조조정이 위험하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무원들의 구시대적인 제조업 마인드부터 깨야 한다.

1970년대 개발 산업화 시대에나 통할 탁상머리 정책들로 보인다.

이공계 확대와 인문분야 축소를 통한 정원조정이 일자리 자체를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공계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창업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인문 분야 졸업생도 창업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신경이 온통 산업화와 일자리창출에 쏠려 있는 것 같아 우려돼 하는 말이다.

장관까지 공학 교수 출신이 와 산학협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등학교나 대학 입시제도 개선 등 학생들이 건강하게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의 본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은 소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시대에도 관행적으로 점수로 줄 세우고 사교육비를 쏟아 붓는 교육 환경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올해 교육부 업무계획에는 이런 의지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의식수준이나 문화 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하다.

아동학대와 같은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는 등 기형적인 일들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인문 소양을 풍부하게 길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문화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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