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같은 계획을 담은 ‘AIIB 출범 계기 아시아 인프라시장 진출 활성화 방안’을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밝혔다.
이날 나온 AIIB 활용방안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맥을 같이 한다. AIIB를 통해 중국과 유라시아 대륙의 건설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간 공동협력을 위해 연계 플랫폼(connectivity platform) 개설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 해상실크로드 협력에 관한 MOU 체결 후속조치다.
카자흐스탄, 우즈벡, 조지아, 몽골 등 유라시아 지역 주요국과 AIIB 내 다자 신탁기금을 조성하고 한국 연수 프로그램 확대도 이번 내용에 포함됐다. 다자 신탁기금 운영방향 및 기준, 사업승인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수원국 수요를 적극 반영해 협력관계 강화 가능을 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밖에 인도는 기업진출 지원을 위한 금융패키지 협의회 신설을 검토하고 베트남·러시아는 현재 운영 중인 베트남 금융협력 조정위원회, 러시아 투융자플랫폼 협의회를 연 2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정부가 이처럼 AIIB 활용방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공식출범한 AIIB를 계기로 중국 일대일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아시아에 대규모 인프라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이외에 일본·유럽연합(EU) 등도 아시아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역 내 주도권 확보를 도모하고 있어 시장선점 차원에서 정부도 대응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1100억 달러를 아시아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영국은 인도네시아에 10억 파운드 규모 인프라 금융지원을 지난해 7월 확정했다. EU는 3150억 유로의 유럽전략투자펀드(EFSI) 조성을 같은해 발표했다.
정부는 아시아 해외건설 시장 규모가 지난해 1346억 달러에서 오는 2021년 1875억 달러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시장이 부진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아시아 인프라 투자 관련 신조류 활용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대외정책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 진출을 통해 최근 중국 등 세계적 경기둔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우리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 주도 AIIB·일대일로를 보완관계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해외 인프라 투자를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글로벌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등이 참여하는 해외 인프라 사업 투자 상설 협의체인 ‘해외 인프라 공동 투·융자 프레임워크’로 모은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기관은 지원 대상 사업이 발굴되면 초기 사업정보 등을 교환해 각 기관의 판단에 따라 투자 참여 여부와 참여 방식 등을 결정한다. 투자를 실행하는 기관들은 사업에 대한 공동 실사를 하는 등 해외 인프라의 사업성 검사부터 실제 투자까지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국내 인프라 사업에 대해선 각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투자 협의체가 있었지만 해외 인프라 사업에 이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