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칭화유니, 美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 포기

2016-02-24 11:18
  • 글자크기 설정

칭화유니, 미국 당국 반대와 주가 급락, 샌디스크 인수 무산 가능성에 인수안 '철회'

칭화유니그룹이 23일 미국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사진=바이두]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를 이끌고 있는 중국 대표 반도체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集團)이 미국 데이터저장업체 지분 인수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칭화유니그룹(종목명 紫光股份 000938)이 23일 저녁(중국 현지시간) 공고를 통해 미국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24일 보도했다. 또 칭화유니 이사회는 향후 3개월 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는다는 결정도 내렸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9월 38억 달러(약 4조7000억원)에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매입, 최대주주 등극에 합의했다. 이후 10월 웨스턴디지털이 190억 달러(약 23조5000억원)에 플래시메모리 디스크 제조사인 샌디스크 인수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칭화유니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이 예고되며 국제사회의 관심도 쏠렸다. 하지만 결국 인수계획이 무산되면서 막강한 경쟁자 등장을 우려했던 한국 반도체 업계도 일단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칭화유니그룹이 웨스턴디지털 지분인수 계획을 철회한 것은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양사 거래 상황을 조사하겠다며 인수안에 '반대'의 뜻을 내비친 때문으로 분석됐다. 당국이 인수안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칭화유니가 먼저 물러났다는 것이다.

또 나스닥 상장사인 웨스턴디지털의 최근 주가 급락과 샌디스트 인수안 무산 가능성 등도 이번 칭화유니의 철회 결정에 힘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지난 2014년 대비 무려 58%가 급락했다. 22일(미국 현지시간) 웨스턴디지털의 마감가는 주당 46.10달러로 칭화유니가 제시했던 인수가 92.5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자오웨이궈(趙偉國)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인수계획 철회 사실을 전하며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가 양사 투자자에 '득(得)'이 아닌 '해(害)'가 될 것으로 우려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철회 결정은 웨스턴디지털의 최대주주 엘킨자산운용이 샌디스크 인수 금액이 너무 비싸다며 인수계획 철회를 요구한 다음날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노렸던 칭화유니가 샌디스크도 손에 넣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험난한' 인수 여정을 굳이 감내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칭화유니그룹의 거센 인수합병(M%A)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22일 나온 칭화유니그룹과 중국 가전공룡 TCL그룹과 100억 위안 규모의 산업 M&A펀드 조성을 약속했다는 소식은 칭화유니의 M&A 행보 지속을 시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