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를 이끌고 있는 중국 대표 반도체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集團)이 미국 데이터저장업체 지분 인수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칭화유니그룹(종목명 紫光股份 000938)이 23일 저녁(중국 현지시간) 공고를 통해 미국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24일 보도했다. 또 칭화유니 이사회는 향후 3개월 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는다는 결정도 내렸다.
칭화유니그룹이 웨스턴디지털 지분인수 계획을 철회한 것은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양사 거래 상황을 조사하겠다며 인수안에 '반대'의 뜻을 내비친 때문으로 분석됐다. 당국이 인수안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칭화유니가 먼저 물러났다는 것이다.
또 나스닥 상장사인 웨스턴디지털의 최근 주가 급락과 샌디스트 인수안 무산 가능성 등도 이번 칭화유니의 철회 결정에 힘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지난 2014년 대비 무려 58%가 급락했다. 22일(미국 현지시간) 웨스턴디지털의 마감가는 주당 46.10달러로 칭화유니가 제시했던 인수가 92.5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자오웨이궈(趙偉國)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인수계획 철회 사실을 전하며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가 양사 투자자에 '득(得)'이 아닌 '해(害)'가 될 것으로 우려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철회 결정은 웨스턴디지털의 최대주주 엘킨자산운용이 샌디스크 인수 금액이 너무 비싸다며 인수계획 철회를 요구한 다음날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노렸던 칭화유니가 샌디스크도 손에 넣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험난한' 인수 여정을 굳이 감내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칭화유니그룹의 거센 인수합병(M%A)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22일 나온 칭화유니그룹과 중국 가전공룡 TCL그룹과 100억 위안 규모의 산업 M&A펀드 조성을 약속했다는 소식은 칭화유니의 M&A 행보 지속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