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의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는데, 그 내용은 동 규정 제2조의 정부에서 주관하는 기념일에 ‘서해수호의 날’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 일부개정안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3월 시행된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47번째 정부기념일이자 현충일과 6·25전쟁일에 이어 3번째 호국관련 정부기념일인 ‘서해수호의 날’이 공식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념일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토의 일부인 ‘서해’를 수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논의가 필요하다.
‘서해수호의 날’에서 지칭하는 서해는 북위 38도 부근의 서해 5도이다. 이 도서들은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할 뿐 아니라,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의 특성을 그대로 지닌다.
게다가 한반도 전역으로 통하는 한강의 입구가 위치하기 때문에 서해 5도는 고대부터 한반도 정치의 중심이자 제해권의 보루로서 지정학적 요충지로 기능해왔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수성은 현대에도 유효하기 때문에 서해는 ‘서해수호의 날’ 제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보존에 있어 평가절상된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해의 중요성은 정전협정 이후 확대되었는데 이는 서해 5도가 해서지방에 인접해 대북 전초기지이자 대남 해상침투의 방어진지로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북한은 서해 5도를 포괄하는 북방한계선을 인정치 않고 다양한 물리적 위협을 가해왔다.
특히 무장공비를 통한 침투도발이 불가능해진 2000년대 이후 서해에 대한 북방한계선 침범과 해상포격 도발은 북한 군사도발의 주를 이뤄왔다. 즉 서해는 최근 대남도발의 주요 장으로서 대한민국의 물리적 안전보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해에서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굵직한 대남도발이 연달았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을 시작으로 2002년의 제2차 연평해전, 2009년의 대청해전, 2010년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까지 전쟁 혹은 그에 준하는 사건이 서해 5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제2차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은 55명의 전몰자(각각 6명, 47명, 2명)를 비롯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국가수호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 국가적 차원의 보상과 예우가 이루어져야 함은 응당한 명제이다. 따라서 서해수호의 날은 보훈의 차원에서도 법정기념일로써 존재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편 서해에 대한 북한의 도발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영향은 서해를 넘어서 대한민국 전체에 미친다.
도발 시마다 대북 공포심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남남갈등이 반복되어 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유대감과 국민통합 등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한데, 국가수호 과정에서 발현되는 애국심과 호국의지, 숭고한 희생정신은 주요한 국민통합의 기제이다.
따라서 대표적 대남도발의 장으로서 국가수호를 위한 희생이 이어지고 있는 서해를 대한민국의 안보 성역으로 설정하기 위한 ‘서해수호의 날’ 제정은 북한도발에 대처하는 ‘성숙한 국민의식’ 함양에 긍정적 요소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서해는 지정학적·안보적 중요성은 물론 국가보훈과 성숙한 국민의식 함양의 측면에서도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가치들은 서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비롯되지만 이 가치들이 미치는 영향은 대한민국 전역에 미친다.
즉 ‘서해수호의 날’은 표면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인 서해에 국한되지만, 실질적으로 서해를 지킴으로써 얻는 이득은 대한민국 모두에게 돌아가고, 수호과정에서 발현되는 숭고한 정신은 대한민국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안보력 결집의 기반이 된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서해수호의 날’ 제정을 통해 상기한 서해의 가치를 널리 활용하는 일에는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해수호의 날’을 단순한 연평해전 등을 회고하는 날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안보결집을 통한 국민 대통합의 날로 만들어 나갈 것인지는 민·관의 유기적 협업 여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