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3월 6일은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을 만한 대망의 경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벌써부터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다.
이날은 'UFC 196'에 출전하는 라이트급 챔피언 도스 안요스와 도전자 코너 맥그리거의 빅매치가 예정됐지만, 24일 안요스가 훈련 중 발이 골절되면서 이번 경기 출전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를 1라운드 14초 만에 가뿐히 꺾고, 내달 6일 라이트급 챔피언 안요스와의 경기에서도 승리를 노렸던 맥그리거는 UFC 최초 페더급·라이트급 통합 챔피언 타이틀을 갖기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24일 안요스의 매니저 알리 압델아지즈는 현지 스포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안요스가 킥 훈련 도중 부상을 입어 다리가 부어오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UFC 측에 연락을 취한 상태고 병원 검사 결과 의사가 발이 골절됐다고 확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안요스와 맥그리거의 경기가 조금의 여지도 없이 확실히 무산되면서 UFC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국 안요스 대체 선수로 시선은 알도에게 쏠리고 있다. UFC 측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즉시 알도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당일 경기까지는 11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수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페더급 타이틀전이 아닌 안요스 대체 선수라는 점에서도 알도에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경기였기에 UFC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격투기 전문가들은 "알도가 현재 상황에서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새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86년생 브라질 출신인 알도는 WEC 페더급 챔피언 자리에 오른 후 UFC에 입성했다. 알도가 지난해 맥그리거를 상대하기 전까지 전적 25승 중 패는 단 한 번이었다. 이후 '페더급의 황제' 또는 '페더급의 전설'로 불리우며 UFC 페더급 자리를 호령해왔다.
그러나 1년 만에 치뤄진 알도와 맥그리거의 경기는 알도에게 그야말로 참담함을 안겼다. 1라운드 14초 만에 KO를 당하며 옥타곤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래봐야 전적 25승에 패배는 단 두 번뿐이다. 맥그리거를 상대로 보기 드문 비참한 패배를 당했지만 25승 2패라는 기록은 UFC 전 체급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알도에게 있어 이번 패배는 단순하게 진 것이 아닌 페더급 전설의 이미지가 실추된 경기로 기억되기에 문제가 크다. 알도의 속을 들여다볼 순 없지만 아마 그도 쥐 멍에라도 숨고 싶은 그런 마음일 것이다. 현재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을 알도가 이러한 이유에서 UFC 측 제안을 단박에 거부했다는 사실은 알도의 자신감이 결여된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UFC 측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11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체중 조절 등 예민한 문제들이 잔존하지만 알도는 맥그리거에게 패배당한 뒤 줄곧 재대결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더급 전설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밑바닥까지 추락한 알도는 그동안 이를 갈고 맥그리거와의 재대결 준비를 해왔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히 비치는 현재의 알도의 모습은 주눅든 상태로 보여진다. '페더급 자리에서 챔피언 벨트를 잃었으니 다시 재자리에서 챔피언 벨트를 찾아오겠다'는 알도의 마인드는 맥그리거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그동안 페더급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누려왔던 달콤함을 페더급에서 유지하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으로 내비쳐진다.
뭐가 문제인가? 실상은 맥그리거를 꺾을 자신 없는 주눅든 모습을 감추기 위한 방편인가? 오히려 이번 경기는 알도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추락한 전설의 이미지를 만회할 만한 절호의 기회이다. UFC 측 제안을 받아들여 내달 6일 출전해 맥그리거를 무너뜨리면 페더급 타이틀전은 아니더라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실물 챔피언 벨트는 허리에 두를 순 없지만 투명한 페더급 전설의 진정한 벨트는 오랜 팬들의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또한 안요스와의 빅매치도 성사시킬 수 있는 알도 격투기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