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황석영(73) 씨가 창작과비평 1988년 봄호에 ‘열애’를 발표한 뒤 28년 만에 단편 '만각스님'을 내놓았다. [사진=창비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 소설가 황석영(73) 씨가 28년 만에 단편을 내놓았다.
황 씨는 계간 '창작과비평' 2016년 봄호에 200자 원고지 130매 분량의 단편소설 '만각스님'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1988년 이 계간지 봄호에 단편 '열애'를 발표한 뒤 그 동안 '오래된 정원', '장길산', '손님' 등 장편소설을 주로 집필해 왔다.
창작과비평 창간 50년 기념으로 쓴 '만각스님'은 5·18민주화운동 이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광주의 상흔이 아물지 않았던 시절 아니, 아물 수 없었던 그 시절 절집의 일상은 그야말로 거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이 낳은 원혼들은 귀신으로 여기저기 출몰하고, 폭력적인 현대사가 할퀸 사람들은 끔찍한 상처를 숨기고 살아간다.
소설은 '나'가 10년 가까이 끌어온 연재소설을 마무리 짓고자 담양 부근의 '호국사'라는 이름의 절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실제로 황 씨가 1980년대 '장길산' 연재를 위해 전남 해남과 광주 양림동 등을 찾았던 행적을 연상케 한다.
'호국사'는 전사한 전투경찰의 혼령을 모신 절로서 현충일 행사를 연다. 그런데 이 절을 맡고 있는 만각스님은 담양 지역에서 한국전쟁 중 죽은 빨치산과 민간인의 위령제를 함께 지낸다. 스님의 이런 행위는 단순히 절터의 기가 세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출가하기 전 경찰이었고 법명 '만각(晩覺·뒤늦게 깨닫다)'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과거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는 것임을 암시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