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 프로야구의 운영 구조는 기형적이었다. 대부분 대기업인 모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가지려 하기 보다는 프랜차이즈와의 의리를 중시하고 단기 투자를 바탕으로 한 가시적인 성과가 우선시 됐다.
또 각각 30개와 12개인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리그를 구성하는 팀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우리 팀의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낼 경우 바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가능성도 컸다. 파격적인 트레이드와 이를 바탕으로 한 리빌딩 구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리그 팀은 어느새 10개가 됐고, 넥센 히어로즈와 같이 대기업을 뒷주머니로 두지 않은 구단도 생겨났다. 엔씨 다이노스도 사실 상 기존 구단들과 같다고 볼 수 없다. 삼성도 구단 운영 주체가 삼성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며 허리띠를 졸라 맬 것으로 보인다. 자력으로 수익을 내고 운영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이런 삼성이 주력 선수들을 카드로 트레이드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주력 선수를 내주고 유망주를 받아 리빌딩을 하거나, 단기적으로 우승을 위해 지명권이나 잠재력이 선수를 주고 즉시 전력감 선수를 받아 오는 식의 파격적인 트레이드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넥센 히어로즈가 지난 몇 차례의 트레이드를 통해 박병호, 윤석민, 양훈 등을 수혈하며 강한 전력을 구축한 것도 큰 자극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드래프트에서 팀의 스타일을 무시하고 무조건 잘하는 선수만 뽑는 시대도 지났다. 또 그런 선수를 뽑더라도 홈 구장 환경과 팀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로 교환하는 트레이드는 필수다. 사이즈가 큰 고척 구장으로 옮기는 넥센이 박병호, 강정호라는 거포들을 포스팅 비용을 챙길 수 있는 시기에 일찌감치 해외 진출 시킨것도 우연은 아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대구신축구장은 좌우 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아 투수에게 불리하다. 최근 트레이드 카드로 언급되는 투수는 수년간 삼성의 주력으로 활약해 왔지만 장타 허용률이 높고 뜬 공 비율이 높은 게 단점이다. 또 다른 트레이드 카드로 이름이 나오는 타자는 정확도에 비해 파워가 부족하고, 수비 포지션이 겹쳐 애매한 위치에 있다. 삼성은 이들을 적극 활용해 가능성 있는 투수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심산이다.
삼성의 변화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켜 한국 프로야구 트레이드 시장을 바꾸고, 팀의 리빌딩과 우승 도전 전력 구축 방식에 새로운 양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어쩌면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파격적인 트레이드와 리빌딩 방식으로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