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가 안보 관련 연설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만났다. 특히 한때는 동지 관계였지만 이제는 '적장'이 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조우에 관심이 쏠렸다.
9시 36분께 이병기 비서실장과 함께 국회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나 25분 가량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심한 감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는 "먼저 그렇게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서 좀 소상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을 잘 참작해서 대중국외교를 강화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통일대박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대북정책이) 너무 왔다갔다한 것 아니냐. 핵실험을 처음 한 것도 아니고 미사일 발사도 다 예고돼있던 상황인데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전략으로 갑작스럽게 돌아선 데 대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박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이란 통일이 됐을 때 밝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의 단호한 대처, 핵위기 극복을 위한 단호한 대처가 모순되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김종인 대표와 이 원내대표에게 테러방지법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에 정보수집권을 줘서는 안 되는 이유를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지금 현재로는 국정원에게 국내 문제에 대한 정보수집권 창설해 주는건 국민에게 매우 불안할 수 있다, 그간 국정원이 해온 실수와 국민 불안적 요소에 대해 아직 믿음이 없다, 국민안전처를 대테러 정보수집기능을 갖춘 새로운 기구로 재편하면 해결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 옆에 있던 이 원내대표에게는 "원래 오늘 이 대표님 교섭단체 연설인데 이렇게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했다.
김무성 대표와 인사할 때는 부르튼 입술을 보고 "너무 수고가 많으시다"고 격려했고 이에 김 대표는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김영우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에게 "안보와 경제가 엄중한 시점에 국회가 이렇게 연설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연초 벽두부터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국제 사회가 심각한 제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 미사일울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국회의원 여러분과 국민께 설명드리고 협조 당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김종인 대표는 김무성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다른 참석자들이 나간 이후에도 남아 박 대통령과 3분 가량 대화를 더 나눴다.
둘만의 대화에서 김종인 대표는 '국민이 좀 납득이 갈 수 있도록 왜 그런 개성공단 결정을 급작스럽게 한 것인지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해달라'는 얘기를 되풀이했고, 대통령은 특별한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김성수 대변인은 전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김종인 대표가 제일 안쪽에 있어서 대통령과 제일 안쪽에 남을 수밖에 없는 배치였다"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분이 얘기를 좀 더 하신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