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겨울에 갇힌 청년, 흥을 잃은 호랑이… 이부형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회 위원장

2016-02-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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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회 위원장[1]


러시아의 극작가 니콜라이 고골리는 ‘청년은 미래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3포 세대에 이어 5포ㆍ7포 세대까지 포기해야 할 것이 점점 늘어만 가고, ‘아프지 않은 청춘’은 허락되지 않는지 힘없이 되묻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년을 보면서 미래와 행복을 논하기가 부끄러운 것이 현실이다.
열정 페이는 열정 고갈로 이어지고, 옥탑방과 지하방을 전전하는 주거유랑민이 우리 청년의 슬픈 자화상이 되었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병신년 새해다.

작년 한해를 오롯이 관통했던 용어는 단연코 ‘헬조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극단적인 자조와 혐오의 언어는 유행어를 넘어 이미 청년문제를 상징하는 시사용어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헬조선’이 근거 있는 두려움이고 도가 지나친 넋두리라고 다그치기에는 그 불안이 너무도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접했다. 한국인의 마음의 온도를 묻는 질문에 평균 영하 14도, 특히, 취업반 대학 4학년은 영하 24도라고 답했다. 미상불, ‘지옥불반도’ 속의 청년은 역설적으로 겨울왕국에 갇혀 심장이 얼어붙어가고 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로 공식실업률의 두 배를 가뿐히 넘어섰고, 취업이민 상담자 10명 가운데 6명이 2030 세대, 30대 건설근로자 가운데 40%가 대학 졸업자라고 한다. 대졸자 절반이 부모의 따뜻한 주머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다.

모든 것을 사회와 환경 탓으로 돌리며 대한민국을 싸잡아 비하하는 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헬조선과 흙수저 담론이 진정으로 두려운 이유는 청년들이 더 이상 인생을 뜻대로 설계할 수 없다고 믿기 시작했고, 노력을 통한 개선 가능성 또한 놓아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문제와 관련된 앞선 세대의 조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힐링 방식, ‘긍정의 힘’과 피나는 노력을 주문하는 방식, 그리고 냉소의 관람석이 아닌 무대 위로 뛰어들어 현실 개선을 위한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무엇이 최선이라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노력만을 강조하는 기성세대의 관성적인 훈계로는 실마리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인 문제로의 환원을 넘어선 ‘청년 공동체’에 대한 의제화가 필요하고 깨어있는 청년의식과 참여가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참여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투표다. 청년이라면 당장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청춘의 희망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낼 수 있는 정당을 살펴보는 ‘작은 노~오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년 문제를 청년의 손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청년세대의 낮은 투표율을 반드시 극복해야한다.

당연한 권리행사인 투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의견을 개진하고 애로를 호소하기 위한 건강한 정당 참여 또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 정당의 청년위원회의 활성화와 역할, 생산적인 경쟁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은 스스로 정치 리더십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 남성층에 의해 절대적으로 포섭되어 있는 정치 생태계의 진입장벽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청년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충분히 존재한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한 청년 인재 발굴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예비후보 가운데 만 40세 미만의 청년 후보는 3%에 불과하다. 청년문제가 우리 사회의 우선적인 과제로 부상했다면, 이를 진정성 있게 담아낼 수 있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새로이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되는 20대 국회의 시대적 소명은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진 청년의 희망 복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그리고 온전하게 조형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다. 청년의 열정이 지속가능한 환경,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한 청년 안전망 구축에 대해 실질적으로 응답하고, 공정한 기회와 조건이 마련될 수 있는 포괄적인 방법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얼마 전 한국 경제를 ‘혼을 잃은 호랑이’로 묘사한 바 있다. 잃어버린 호랑이의 혼은 이제 청년의 가슴에서 찾아야 한다. 한겨울에 갇힌 청년의 가슴에 희망이 복원되는 날, ‘흥을 되찾은 호랑이’는 다시 포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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