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 M&A가 해답] 하림, 팬오션 인수는 '신의 한 수'

2016-02-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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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조·영업익 2배 전망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팬오션 인수가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 당시 해운업계 전체는 고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홍국 회장은 벌크선의 미래를 간파, 단숨에 팬오션을 품에 넣었다. 이후 팬오션은 1년 만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고,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도약했다.
인수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림은 지난 2014년 11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PEF)인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팬오션 인수 경쟁에 뛰어 들었다. 당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높은 응찰가 때문에 하림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김 회장은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며 인수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 김 회장의 해운업 진출에 대한 도전은 팬오션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대한해운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인수전 참여를 타진했었다.

김 회장은 국내 곡물 운송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늘 아쉬워 했다.

그는 지난해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서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3%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며 "이 때문에 곡물사업은 큰 해운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곡물사업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급·운송·수요 기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기반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상운송·수요 기반의 결합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곡물사업 진출은 안정적 수요기반을 갖춘 기업이 주도권을 가진 상태에서 곡물 해상운송 능력, 항만 네트워크를 가진 해운기업과 손을 잡아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국내 사료 시장 점유율 1위로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가진 하림에게 팬오션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팬오션은 현재 미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에도 사료업과 축산업을 진출시키며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요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곡물 벌크분야에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팬오션과 곡물 수요기반을 가지고 축산육류분야에서 지속 성장하고 있는 하림이 결합한 것은 곡물사업 진출에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팬오션과 결합해 곡물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안정적인 국내 조달에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머징 마켓인 동북아 곡물시장에도 진입해 세계적 곡물메이저 등과 경쟁하며 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팬오션 인수 후 전체적인 재무 건전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총 매출은 2조원 이상,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의 국내 매출 가운데 35%는 곡물을 주원료로 하는 배합사료다. 주력사업인 축산분야(가금 29.6%, 양돈 18.3%)도 곡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룹의 실질적인 주력사업은 곡물사업이라 할 수 있다.

축산물의 생산원가는 가축비+사료비+사육비로 구성되며, 사료비가 평균 55.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배합사료의 주원료인 사료곡물(옥수수, 대두, 밀)은 생산국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에서 해상 운송된다. 곡물가격은 국제적인 수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제한적이며 해상 운송비를 통한 수익창출이 중요한 요소이다.

사료곡물 가격(C&F)에서 해상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40% 정도다. 하지만 50%까지 오르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사료곡물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상 운송비의 관리 역량이 사료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것이다.

연간 사료곡물 300여만t을 수입하고 있는 하림은 그동안 해상운송 및 관련 비용에 대해 전혀 영향력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팬오션 인수로 다양한 옵션을 확보할 수 있게 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한편, 김 회장은 2020년까지 ‘글로벌 No.1 벌크전문선사’를 목표로 매출 7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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