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담뱃값 인상 1년, 정부만 웃었다

2016-01-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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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운영자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운영자]

담뱃값이 오른 지 1년이 지났다. 두 배 가까운 2000원이나 오르면서 경제적 부담감을 느낀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대열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이탈했던 흡연자들이 다시 대열에 합류하면서 결국 정부만 웃는 꼴이 됐다. 흡연율 하락은 미미한 반면, 정부의 세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 전에 흡연율이 8% 포인트 가량 감소할 것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기준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14년 40.8%에서 5.8% 포인트 하락한 35.0%에 불과했다.

반면 담배세수는 2014년 대비 3조5608억원이나 증가한 10조5340억원이 걷혔다. 흡연율 감소보다 세수 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서민 증세를 통해 세수를 늘렸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제주 면세점에서의 담배 판매 금지 논란은 흡연자를 더욱 분노케 만들고 있다.

지난해 담배 가격을 대폭 인상해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정부가 이번에는 면세점 품목에서 담배를 제외, 추가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속셈이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흡연자를 ‘봉’으로 보는 처사다.

흡연자들 역시 여론 수렴 없이 이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로 여행 가는 여행객들은 해외 출국 여행객보다 상대적으로 서민층에 가까운 데도 국내 여행객들에게만 면세 혜택을 빼앗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관련, 정부의 공식적인 명분은 국민 건강 지키기였다. 하지만 그걸 믿는 흡연자는 아무도 없다. 정부의 부족한 세수를 흡연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라는 게 흡연자들의 의견이다. 아무리 증세가 아니라고 외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흡연자들게 정부의 입장은 "돈 없는 서민들은 담배를 끊어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담배마저 금수저들만의 기호품이 된다는 것에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모든 음식점에 대한 전면 금연이 시행되고, 거리 등 실외 공공장소에서도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흡연구역이나 흡연실 설치와 같은 흡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흡연구역(흡연실) 보장 없는 금연구역 확대 추진은 사실상 집 밖으로 나가서는 흡연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담배는 판매하되, 피울 장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매우 창조적인(?) 발상이다. 이럴 바에는 아예 담배 제조 및 판매 금지법을 만들라는 게 흡연자들의 의견이다.

최소한의 흡연자 배려가 없는 금연구역 확대는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의 간접흡연으로 인한 갈등만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금연구역 확대가 아닌 흡연구역 설치로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흡연자들 또한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인해 현재 정부는 흡연자들로부터 연간 2조9000억원 달하는 막대한 담배부담금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의 대부분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적자 메우는 데 쓰여지고, 흡연과는 전혀 관련없는 일반예산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담배부담금은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을 통해 걷어 들이는 막대한 세금과 부담금의 일부분이라도 흡연자를 위해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 치료비 지원이나 간접흡연 방지를 위한 흡연실 조성 등 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에 투입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렇지 않고 오직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해 흡연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한다면 흡연자들은 지금보다 더 큰 화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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