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지난해 아파트 집단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인은 났지만 대출 잔액으로 아직 잡히지 않은 약정액도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실질적인 집단대출 규모는 올해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하반기(7∼12월)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29조7000억원)의 34%를 차지하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은행권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400조8000억원) 대비 집단대출 비중이 27.5%인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를 집단대출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전세난 여파로 작년 하반기 들어 신규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중도금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약자에 대한 개별 소득심사 없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분양가의 60∼70% 수준까지 빌려주는 대출이다.
입주 후에는 통상 개인이 은행과 직접 계약하는 개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므로 신규 증가액과 상쇄돼 연간 잔액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집단대출 잔액은 2011년 102조4000억원, 2012년 104조원, 2013년 100조6000억원, 2014년 101조5000억원으로 수년간 소폭 늘거나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작년 하반기의 집단대출 폭증세는 이례적이다.
집단대출은 중도금 대출, 이주비 대출, 잔금 대출 등으로 구성되는데 작년 하반기 잔금 대출이 2조9000억원이었고 신규 분양에 따른 중도금 대출이 6조4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집단대출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집단대출은 보통 최초 대출약정 승인 이후 2년여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행의 대출잔액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아직 은행에 대출금으로 잡히지 않은 것이 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하고 있다.
집단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지면서 은행권은 작년 10월 이후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 집단대출을 거부당한 일부 신규 주택사업장은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주택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집단대출을 직접 규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