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전격적인 합의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가칭)과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국민회의’(가칭)가 25일 세력 간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당명은 ‘국민의당’을 사용하기로 했다. 호남정치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독자세력화를 꾀하던 이들이 손을 맞잡음에 따라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남민심이 ‘안·천(안철수· 천정배)’에게 쏠릴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당내 ‘호남 특별기구’ 구성에 착수하는 한편, 정의당과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다만 호남특위의 이름은 변경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야권발 세력재편을 둘러싼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준 정당 통합’에 합의했다. 통합의 ‘플랜 A’였던 각자 창당 뒤 ‘당대당’ 통합을 선택하는 대신, 창당 준비과정에서 세력 간 통합에 이른 것이다. 국민회의와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는 각각 오는 31일과 내달 2일이었다.
통합 명분은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총선 압승 저지’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통합의 결과가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통합 속내는 최근 수세 국면에 처한 양당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은 안 의원 그룹과 김한길 무소속 의원 그룹의 내부 알력설로 몸살을 앓았다. 김한길계인 김관영 무소속 의원의 문자 파동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새정치 기치에 걸맞은 새 인물 수혈도 지지부진했다. 새정치를 통한 정치혁신은커녕 더민주 탈당파의 합류로 ‘도로 민주당’, ‘호남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논란에 휩싸였다. 상승 국면을 타던 호남 지지율은 이내 더민주를 밑돌았다.
천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창당 목표였던 ‘뉴 DJ(김대중 전 대통령) 세력’ 모으기는 사실상 실패 수순을 밟았다. 호남개혁정치 복원을 내세웠던 천 의원은 창당 과정에서 국민의당에 완전히 주도권을 내줬다.
◆安내부 지분다툼 ‘뇌관’…문재인·심상정도 손잡아
갈 길을 잃은 천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꽃놀이패’ 쥔 채 시간벌기에 나섰다가, 결국 ‘반(反) 문재인’ 연대에 힘을 실었다. 호남 경쟁에서 밀린 안 의원과 천 의원 측 조급함이 ‘당대당’ 통합의 플랜A 대신 ‘준 정당 통합’의 플랜B를 선택하는 데 한몫했다는 얘기다.
이들이 ‘선(先) 독자세력화’-‘후(後) 호남신당과의 연대’ 방침을 접고 조기 통합을 함에 따라 외곽지대의 박주선·박준영 신당그룹의 합류도 가시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20석)도 목전에 두게 됐다. 이들의 준 정당 통합은 ‘명분’(호남정치복원)과 ‘실리’(호남통합)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다중포석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들은 이날 통합 선언만 한 채 ‘지도부 구성 비율’ 등은 추후 발표키로 했다. 이른바 ‘지분’이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의 ‘뇌관’인 셈이다. 앞서 2014년 3월 구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과정에선 양측이 지분구성을 ‘5대 5’로 한 바 있다. 최근 국민회의는 더민주와 합당 조건으로 역시 ‘5대 5’의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의당 내 더민주 탈당파 구심점인 김한길 무소속 의원이 ‘준 정당 통합’의 실질적인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안철수·천정배·김한길’ 간 권력다툼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탈당 직후 높은 지지율의 원동력이었던 새정치를 지지하는 중도·무당파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안·천’의 깜짝 발표 직후 정의당과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회동하고 4·13 총선에서 ‘범야권 전략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당분간 야권은 정의당을 안은 더민주와 국민회의를 안은 국민의당으로 분화된 채 각자도생할 전망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회 간 통합 효과에 대해 “양측의 조급함이 부른 통합 작업”이라며 “새정치를 한다는 안 의원이 자꾸 호남 인사와 손을 잡는 것은 패착으로, 호남민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