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각국 정보당국과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 간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테러 조직 척결을 이유로 각국 정보당국이 IT 기업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 정보 빗장을 풀 것을 요구하자, IT 기업들이 이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일뿐더러 마구잡이식 해킹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야기한다며 반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기술 관련 토론에서 각국 정보 당국과 미국 IT 기업 간 입장 차로 인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발생한 파리 테러 뒤, 테러조직들이 신규대원 모집과 의사소통 수단으로 SNS 등을 활용하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 정부를 필두로 세계 각국 정부들이 IT 기업에 이용자 정보를 여과없이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국 정보당국의 정보 공개 요청은 늘어나는 추세로 유럽연합(EU)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에 대한 이용자 관련 정보 요청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6만3000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나 증가한 수치다. 이외에도 러시아, 터키 등 유럽 외 정부의 정보 요청도 급증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정보 당국의 요구야말로 인터넷 보안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다보스에서 공식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암호화 시스템을 바꾸는는 것은 IT기업과 이용자를 해킹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것이므로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IT기업 최고 경영자들은 정보 당국이 IT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을 애둘러 비판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전화통신회사인 AT&T의 최고 경영자인 랜달 스티븐슨은 “내 생각에 암호화가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다”며 정부가 IT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다보스에 참석한 일부 IT 기업인들은 국가간의 정보 교환을 위한 새로운 국제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국이 정보 교환과 관련된 조약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정보 요청·제공과 관련해 새로운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합의된 기준이 마련될 경우에는 서로 다른 법체제로 인한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영국 의회가 추진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정보제공 의무화 법안은 대다수 IT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미국 법에는 저촉되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