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지난 11월 발생한 파리테러 등으로 각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워 인터넷 감시 수위를 높이고자 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감시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기업 및 인권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안보'를 둘러싼 갈등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스마트폰 생산기업인 애플은 영국 정부의 감시 강화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으로 8페이지의 의견서를 영국 의회 법안심사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통해 정보기관과 경찰이 테러 대책과 범죄 수사에 인터넷 접속기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감시 강화법안의 주된 내용이다. 영국 정부는 치안 유지 목적을 내세웠지만 인권단체 등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법안이 의회 심의를 거쳐 성립하면 영국 당국은 불법 사이트 등에 대해 영장 없이 접속기록의 일부를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은 또한 애플 같은 IT 기업이 '암호화를 해제할 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암호화 해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기를 들었다. 애플은 아이폰 iOS 운영체제에 내장된 암호화 기능을 통해 데이터를 제 3자가 해독 불가능한 암호로 변환시킨다. 애플은 이용자의 통신 내용이 암호화 기술로 철저히 보호돼 자사가 확인할 수 없으며 감청 요구에 응하고 싶어도 응할 수 없다고 의견서에서 밝혔다고 FT는 보도했다.
애플은 의견서에서 범죄자나 해커로부터 고객 정보를 확실하게 지켜내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법안의 조항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누구나 이용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뒷문'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20일 방송된 CBS '60분'에 출연해 "아이폰에는 건강과 금융 정보,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의 사적 대화가 들어 있고 사업 기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이런 정보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암호화"라고 말했다.
쿡은 또 "이 문제를 '사생활 대 국가안보'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견해"라면서 "두 가지를 다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아직 암호화 기술 해제에 관한 공식적인 요구는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보도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수사당국 등에서는 암호화된 데이터가 테러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 표명이 잇따르고 있는 등 디지털 감시를 둘러싼 갈등을 계속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