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철
전 코트라 베이징·상하이 무역관장
중국, 일본, 유럽 등 여유가 있는 나라들은 돈을 더 풀고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위기를 넘기려 한다. 대안이 없는 개발도상국, 원자재 수출국들은 먼 산만 바라보고 한숨을 쉬고 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2010년 유럽발(發) 재정위기 이후 15조 달러 이상의 돈이 글로벌 시장에 추가로 풀려 이를 갖고 흥청망청 잘 썼으니 댓가를 치를 때가 오기는 온 것이다.
그러니 세계는 중국을 쳐다보고 있고, 자칫 중국이 잘못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곳은 공략하고 먼 곳은 교제를 해야 한다는 근공원교(近攻遠交)의 전략으로 광폭 행보를 해왔다. 유럽은 물론이고 유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지난 수년간 미국은 자국 경제 수습에 급급해 중국의 굴기를 인지하면서도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때가 무르익었다. 독수리의 갈고리가 드디어 위용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인상이라는 한 방으로 세계경제의 숨통을 조이면서 충격파가 쓰나미처럼 번지고 있다.
벌써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마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이 정신을 못차리는 동안에 글로벌 경제의 중심 축이 G7에서 G20으로 옮겨갔으며, 개발도상국들의 입김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디플레로 인해 위세당당하던 중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으며,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 수출국 경제의 동반 부진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기 시작했다. 경제는 돌고도는 것이고, 다시 반전(反轉) 모드로 바뀌는 것인가. 날카로운 독수리 갈고리 앞에 용의 발톱도 일시적으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그렇다고 수면 아래에 계속 머무르고 있을 지도 의문이다. 독수리와 용의 싸움에 우리의 진로도 불투명해지면서 온갖 설익은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시장부터 다변화해야 하고,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우리 내수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개도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선진국 시장에 대해 다시 정조준을 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뉴노멀(New Normal)'에, 중국은‘신창타이(新常態)에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블 게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아마도 내년은 각국이 남의 형편에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서기에 갖은 수단을 전부 동원하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은 자신이 저지른 비정상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고삐를 서서히 죄면서 장기판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것이다. 한국판‘뉴노멀’상황에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해법 찾기에 우리는 얼마나 철저한가 ?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