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 경선에서 여전히 1위를 달리는 트럼프 지지율이 이번 발언으로 타격을 입을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8일(이하 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모든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한다는 성명을 낸 트럼프에 대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만약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공화당은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것은 보수주의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가 어제 제안한 것은 우리 당이 지지하는 것도, 미국이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대표적 '네오콘'으로 꼽히는 딕 체니 역시 "우리가 추구하고 믿는 모든 것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해 세계 지도자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캐머론 총리는 "분열적이고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그가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의 유일한 적은 급진 이슬람뿐"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외무장관 역시 "캐나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국제난민기구 등도 일제히 비판에 동참했다.
전세계 무슬림 역시 분노에 찬 반응을 보였다.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지도자들과 이집트 종교부 등은 "트럼프가 내뱉은 말은 폭력적이고 혐오적"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이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8일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을 진주만 공습 직후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1만 명 이상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수용소에 격리했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CNN과 라디오 WMUR의 뉴햄프셔주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는 지난달에 비해 6%포인트 상승한 32%로, 2위인 마루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을 14%를 크게 앞질렀다. 여론조사 기간은 지난날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다.
지난 8일 유에스에이투데이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68%는 트럼프가 무소속 또는 제3당으로 대선에 나서더라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MSNBC의 최근 조사에서 트럼프는 클린턴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41% 대 52%로 다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