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4일 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아 40여년 후인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정부가 수십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중기 전망만 담아왔다.
정부가 지출 규모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국가채무 비율이 오는 2060년에 38.1%에서 62.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재량지출(정책적 의지에 따라 대상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 매년 경상성장률만큼 증가할 경우를 가정한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국가채무가 GDP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62.4%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예상치(42.3%)보다 20.1%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처럼 국가채무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연평균 성장률과 재정수입 증가율은 매년 떨어지는 반면에 복지 등 의무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매년 늘어나는 재량지출액 가운데 10%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세출구조조정을 했더니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이 38.1%에 머물면서 2016년보다 오히려 4.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내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40.1%로, OECD 평균인 115.4%에 비교하면 재정건전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앞으로 급격한 인구변화와 잠재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미래의 위험을 사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장기재정전망을 준비했다.
기재부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인구와 GDP 등 거시경제 변수 변화까지 반영해 미래 중앙정부의 재정 상황을 예상했다.
정부는 2011년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를 전제로 전망했다.
통계청은 생산가능 총인구가 2016년과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급속한 고령화로 206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2020년까지 3.6%를 기록할 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050∼2060년에는 연평균 1.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국가 총수입은 2016년 GDP 대비 25.6%에서 2040년대 초까지 28% 수준으로 소폭 상승하지만, 이후 사회보험 수입이 감소하면서 2060년에는 25.7%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총지출은 2016년 25.3%에서 상승을 거듭해 2060년에는 32.2%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
사학연금은 2027년 적자 후 2042년 고갈이 예상됐다. 건강보험(2025년)과 노인장기요양보험(2028년)도 조만간 기금이 고갈된다.
재정이 건전한 고용보험, 보험요율 소폭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주요 사회보험이 모두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사회보험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중장기경제발전전략, 미래대비 장기재정전략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 부문에서는 중복사업을 정비하는 등 낭비요인을 없애 지속적인 세출구조 조정을 실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페이고(pay-go·지출을 계획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것)' 재정준칙을 도입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장기재정전망에 나타난 위험요인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