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1000원대의 저렴한 원두커피가 날개 돋히듯 판매되면서 관련 매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국내 편의점 업체 최초로 지난달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서울카페쇼'에 참가했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업체 측은 이번 행사가 편의점도 제대로 만든 원두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브랜드와 같은 이름(세븐카페)의 커피머신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종이다. 고압 스팀(뜨거운 증기)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일반 커피머신 방식과 달리, 종이 필터로 한 잔씩 걸러서 말 그대로 '드립 커피'를 제공한다. 현재 전국 600여개 세븐일레븐 점포가 세븐카페 머신을 갖추고 있다.
지난 1월 세븐카페 서비스 도입 이후 10월말까지 세븐일레븐의 원두커피 매출은 일반 커피머신 원두커피가 전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6.2%나 증가했다.
GS25는 현재 오피스(사무실) 상권·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전국 3천200여개 점포에서 자체 브랜드 카페25 뿐 아니라 '칸타타', '쟈뎅' 등 외부 브랜드의 원두커피를 불과 1000원(아메리카노 기준)에 판매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원두커피 가격과 비교해 3분의 1~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가격 경쟁력에 편의성과 접근성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GS25의 원두커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6.9%나 급증했다.
편의점 씨유(CU)도 2011년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 고급 원두를 직접 갈아 만든 '원두커피'를 1000원대에 팔고 있다. 톨 사이즈(12온스) 기준으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가격은 각각 1200원, 1500원이다.
현재 약 4천개 CU 점포가 에스프레스 머신으로 원두커피를 판매하는데, 올해 들어 10월까지 매출 증가율(작년동기대비)이 무려 37%에 이를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 세븐일레븐 연내 400개 세븐카페 추가…日선 스타벅스 판매량 추월
이처럼 편의점 원두커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커피전문점에서는 4000원대 이상의 부담스러운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원두커피를 편의점에서는 30~50% 싼값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들은 원두커피를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하고 경쟁적으로 서비스와 품질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 '도시락'과 함께 원두 드립커피(세븐카페)를 미래 성장 품목으로 선정했고, 세븐카페를 판매하는 점포 수를 현재 600여개에서 올해 말까지 1000개까지 크게 늘릴 예정이다. CU도 '에스프레소 커피' 취급 점포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3000개가 넘는 점포에 원두커피를 갖춘 GS25는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이 같은 '원두커피 공략'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비슷비슷한 3000~4000원 가격대(아메리카노 기준)의 커피전문점 중심이었던 국내 원두커피 시장이 '고가 최상급 커피전문점'에서 '1000원대 테이크아웃 전문 편의점·커피전문점'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세븐일레븐 한 점포에서 원두커피가 하루 100잔 이상 팔리고 2013년 이미 스타벅스 커피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게 세븐일레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커피가 주목받는 것은 앉아서 커피를 마시지 않고 커피 자체만 테이크아웃으로 즐기는 고객들이 커피 전문점의 가격을 매우 불합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의점 원두커피는 기존 커피 전문점과 비교해 품질 면에서도 손색이 없고, 수만개 편의점이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원두커피'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커피 시장을 고가·최고급 커피 전문점과 함께 곧 양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