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64만 명의 수험생들이 두근대는 심정으로 사회에 불시착 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수학적 측정도구로만 보면, 64만 명 모두가 수직으로 섰지만, 만족이라는 측면으로 따지자면 수평이 될 수도 있을 게다.
지성(知性)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대학. 시대를 관통한 사상을 근거로 실용적 셈을 배우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대학이란, 취업을 위한 간이역으로써 제 역할에 충실해야 살아남는 통·폐합의 예비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논리를 확장하다 보면 우리의 역할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이러한 배움의 경제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농촌은 노인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초등학교 폐교대상이 늘고 있다.
해미면에 소재한 반양초등학교는 1969년 개교 후 43년간 2,558명을 배출하고 2012년 해미초등학교에 통합됐다.
(구)반양초등학교 터는 조선시대 해미 현청이 있던 자리 이기도하며, 태종 6년(1416) 태종과 충령대군(세종대왕)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이처럼 사연이 많은 반양초교는 병풍처럼 펼쳐진 당산의 정기 아래 무수한 꿈들이 자랐고, 그렇게 자란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 쓰임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마음 한 켠이 가볍지 않은 것은 유독 필자만의 생각일까?
학생들이 뛰놀던 자리에는 잡풀이 솟았다. 교실은 거미줄이 무성하다. 정적만이 똬리를 틀고 들어앉았다. 미움이 지나치면 방치가 된다. 우린 반양초교를 방치하고 있어야 하나?
쓰임을 다했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직무유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반양초등학교는 43년간 ‘바르게 꿈을 키우며 미래를 키울 인재’, ‘밝고 화사한 고운 마음을 가진 인재’를 길러냈다.
이젠 당산골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시민 모두가 그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반양초등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해미면은 스토리가 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하기에 아주 좋은 지역이다. 해미읍성과 향교라는 이야기 소재가 있고, 그중 하이라이트는 교황방문이었다.
이러한 문화 콘텐츠는 새로움을 창조해내기엔 제격이다. 풍부한 소재와 스토리가 준비됐다. 이를 보기 좋게 엮어가야 할 책임. 그것은 서산시에 있다.
이제는 폐교가 되어 쓰임을 다한 반양초등학교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서산시가 해야 할 일은 반양1리 195번지 일대 약 11,900㎡를 매입해 멋진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멋진 이야기의 주연은 시민이어야 한다. 주제는 시민 만족이다. ‘해 뜨는 서산, 행복한 서산’이 추구하는 시정목표도 이와 같지 않은가? 서산시는 시민을 만족시키기 위해 5S 5품이라는 방법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야 시민 만족이라는 가치가 손에 닿을 듯싶다.
반양초등학교 터를 매입하는 일은 단순한 상거래가 아니다. 반양인의 꿈을 시민 만족으로 치환해 내는 어려운 작업이다. 왜냐하면 경제성이 한 발짝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산시가 해야 할 일이다.
교육청 또한, 손 놓고 먼 산 보듯 할 처지가 아니다. 서산 교육의 현재와 미래의 긍정적 가치를 창출해야할 값진 소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까치, 당산골 기쁜 소식을 전할 새. 오늘 아침에도 까치가 울었다. 좋은 손님이 오려나 보다.
결국 오실 손님이라면, 추위가 오고 눈이 내리 전에 왔으면 싶다. 순백의 계절. 누군가에게는 고통, 다른 누군가에는 만족의 계절인 겨울. 서산시는 과연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나? 가을이란, 참으로 생각할 것이 많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