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프랑스 파리 테러와 글로벌 경제에 대해 G2(미국·중국) 리스크와 신흥국 금융 경제 불안에 가려져 있던 지정학적 리스크를 다시 상기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개최된 금융협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은 지난주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다행히 국제금융시장이 곧 안정을 되찾고 주요 IB나 외신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테러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테러가 가뜩이나 미약한 유로지역 경기 회복세에 어떤 영향을 주고 테러 위험이 퍼져 심리 위축이 여타국으로 확산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재는 이 같은 대외 리스크가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려하는 것은 리스크가 서로 연계돼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우리나라도 부정적 충격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정책당국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도 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경제를 볼 때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재정·금융·외환부문의 건전성이 높다"며 "기초 여건이 견실하고 정부나 정책의 대응 여력도 있어서 우리 경제의 대외 충격 흡수 능력은 양호하다. 경계는 해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 과거에 비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융협의회 참석자들은 국내 은행들이 내년에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지속, 바젤Ⅲ 규제 추가 시행, 핀테크 확산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응해 경영합리화 노력과 대출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아파트 분양 호조에 따른 중도금(집단)대출 급증과 관련해 은행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아울러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박용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