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훈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검사 캐릭터를 새로 만들고 자신의 성 씨를 붙였다. 그리고 그 역할에 배우 조승우를 캐스팅하기로 마음 먹었다. 삼고초려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감독은 그를 “괴물 같은 배우”라고 칭했다. 괴물 같은 배우, 조승우를 최근 삼청동에서 만났다.
“사실 검사를 한번도 만난 적도 없고, 백윤식 선생님, 이병헌 형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거절한 건데 감독님은 제가 분량이 적어서 거절하는 줄 알더라고요. 찾아오실 때마다 비중이 늘더라고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다루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꼴보기 싫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이런 사회비판 영화가 너무 많잖아요. 하나의 장르라고 봐도 될 정도로요. 새로울 게 없겠다 싶은 생각도 있었죠.”
결과는 대만족이다. 조승우는 “영화는 메시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같은 메시지를 가지고도 연출, 배우, 후반 작업으로 다른 생명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흥행은 모르겠지만, 완성도 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채널을 바꾸려면 손으로 TV 버튼을 ‘도도도독’ 돌려야 했던 시절부터 그는 이병헌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저 배우는 신인인데 어쩜 저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할까, 웃는 게 꼭 줄리아 로버츠 같다”며 감탄했다는 조승우는 이병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가 이병헌 형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게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감독님도 그걸로 절 회유하더라고요.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병헌과 작품을 하겠느냐’고요. 사실 선입견을 가질 수 있잖아요. 한류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사람이니까요. 왠지 비즈니스 맨일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정말 영화밖에 모르는 영화 바보더라고요. 촬영장, 회식은 물론이고 심심해서 전화하면 ‘영화보고 있어’ ‘시나리오 보고 있어’라는 말뿐이에요. 세 살 때 가본 영화관 냄새가 아직도 기억이 난대요. 그때는 뭐 담배는 물론이고, 영화 보다가 급하면 상영관에서 소변도 누고 그랬데요. 온갖 냄새가 뒤섞인 그 꾸리꾸리한 냄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까요?”
특별 출연한 ‘암살’을 제외하면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이다. “공연장이 아니면 도통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했더니 속내를 털어놨다.
“군대 가기 전에는 일 년에 영화 한 작품, 뮤지컬 한 작품으로 균형을 맞췄는데 제대 후에는 뮤지컬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네요. 올해만 해도 ‘베르테르’ ‘맨 오브 라만차’ ‘지킬앤하이드’를 했으니까요.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나 소재가 많이 없어졌다는 생각을 해요. 흥행작도 줄었고요. 그러니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지 않고 흥행작의 아류만 줄줄이 생기죠. 시나리오는 많이 들어오는데 어디서 본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그런 면에서 제 작품 중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을 참 좋아해요. 경쟁사에서는 ‘기황후’라는 대하사극으로 시청률 30%를 넘보는데, 유괴니 납치니 타임슬립이니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으니까요. 그런 새로운 시도들이 있다면 영화든, 드라마든 출연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