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게 되면 여성의 몸에는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달이 찰수록 태아도 자라나 임신 5~6개월 경부터는 배가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때 산모의 몸무게가 적게는 10kg, 많게는 20kg까지 불어나기도 한다. 이 중 약 7kg 가량은 태아와 양수의 무게다. 문제는 몸무게가 급증하고 몸이 무거워지며 함께 따라오는 허리 통증이다.
보통 임신을 하게 되면 40%에 달하는 임산부들이 요통을 겪으며, 70%가량은 출산 이후에도 이러한 요통이 이어진다. 특히 임신 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거나 퇴행성 디스크 질환을 앓고 있던 여성들은 임신 중 허리 통증을 느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임산부의 허리 통증은 호르몬의 변화와 자세 불량이라는 두 가지 원인에서 발생한다. 특히 만삭에 가까워 올수록 출산을 쉽게 하기 위해 여성의 몸에서 '릴랙신(relaxin)’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골반과 허리 근육을 느슨하게 만들어 척추의 지탱하는 힘을 약하게 한다. 여기에 무거워진 배를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젖히는 임산부들의 잘못된 자세가 더해지면서 허리 통증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 나누리인천병원 척추센터 박수용 과장은 "자연스레 배를 내밀고 걷는 임산부들의 잘못된 자세는 척추의 S자 굴곡이 심하게 들어간 척추전만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곧 허리디스크의 전조 증상"이라며 "산후에도 6개월까지는 릴랙신 호르몬 분비가 계속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과도한 운동이나 육아, 집안일 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 출산 후 8주는 뼈와 근육이 가장 유연한 상태라 '산후조리의 골든타임'이라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이때 틀어진 골반과 척추를 바로잡지 않으면 허리 통증은 물론, 목, 무릎, 손목 등 온몸 곳곳이 시리고 아픈 산후풍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허리 통증의 경우 나이가 들며 골밀도와 근육량이 줄며 디스크 탈출증 및 척추관협착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나누리인천병원 박수용 과장은 “임산부의 바른 자세도 중요하지만, 임신 전부터 허리 근육을 강화해 산전/산후 요통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신 중에는 물 속에서 걷기, 요가,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을 통해 허리 주변 조직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신체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는 하이힐은 금물이며, 침대의 매트리스는 조금 딱딱한 것을 고르는 게 임산부의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된다.